홍천에서 우측으로 꺾어 들어간 444번 지방도로... 이리로 해서 한반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의 서쪽 산록으로 들어가는 길은 참
아름다운 길입니다.
요즘은 전국적으로 웬만한 곳이면 어디나 길이 좋아져서, 한적하고 꼬불 꼬불한 시골길 맛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실컷 컨츄리
로드를 달려 보았습니다.
방태산 진동 계곡이라는 곳에서 농장을 하시는 친구의 누님 댁에 도착하니.. 누님보다 더 먼저 우리를 반겨 주는 건..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줄 잘 알고서 마음껏 활짝 핀 나리꽃!

복사꽃과 함께 지난 봄 이곳을 꽃바다로 물들였을 살구나무엔 따먹어도 좋을만한
살구들이 주렁주렁.. 보기만해도 풍성해지는 마음

박꽃같이 하얗던 우리 어머니..라고 시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박꽃이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 있는 마당에서 도시에 놓아두고 온
시름들은 알은 체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도무지.

때마침 몽이(개)가 잡아 놓은 고슴도치가 마냥 신기하신 한 친구의 부인은 군대 갈
아들을 둔 엄마 같지 않습니다.. ㅎㅎ


출출하던 차에, 점심 상에 오른 반찬들은 모두가 참살이 반찬들.. 꾸울꺽. 이어서
들어 오는.. 황기와 엄나무를 넣고 푸~욱 삶은 토종닭!! 얼마나 큰지.. 다리 하나 가지고 남자 둘이서 남길 정도라면
믿으실까요..

이제 천렵할 시간... 두엄 속에서 살찐 지렁이를 두 주먹은 잡아서 그물
들고 낚시 들고 어항 들고 냇가로!

우리 싸모님들을 우선 편하게 자리 잡아 드리고.. 어항 팀과 낚시 팀으로 갈라서
작업 개시! 한 친구는 고기를 잡기 전에 자기를 먼저 잡았다나요.. ㅋㅋ

방태산에 내린 비가 모여 그렇게 콸콸 쏟아져 내려가는 물소리가 우뢰 소리
같은데도 시끄러워 죽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거참 이상하네..
맑은 공기 넉넉한 푸른 물... 자유로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렷다!

숙소로 돌아와, 우리가 잡은 자연산 피라미 꺽지들로 친구 누님이 만드신 매운탕을
가운데 놓고.. 우리 싸모님들 한 잔 안 할 수 없지요. 왁자지껄.. 즐거운 밤은 깊어 가고... 다음 날도 그냥
있을 수는 없어.. 한 친구가 새벽에 돌아보며 슈팅해 놓은 장소로 또 나가서 실컷 물을 즐기고.....

그늘에서 지켜보던 아내와 나를 친구가 한 장 찍어 주었습니다.

한참 놀다 보니 다시 출출해.. 숙소로 돌아 오니.. 으와.. 이 냄새... 조카님이 돼지 목살을 굽고 있는데..

꽃등심처럼 생긴 목살 슬라이스를 조카님은 고르기도 잘 골라서.. 굽는 솜씨 또한
기가 막혀.. 타기 일쑤인 구이를 한 군데도 타지 않도록 망을 움직여 가며 기술을 발휘하니... 입맛을 다시며 눈과 콧구멍이
간질 간질한 우리 구경꾼들은 굽는 방법부터 배웁니다.^^
따라 나오는 돌배술은 왜 그리 좋은가! 소주로 담그었건만.. 돌배가 술맛을 그렇게 순하게 하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꽤들 마셨지만.. 어지럽게 취하는 기분이 없고..
같이 나온 더덕구이와 더덕 무침... 아.. 그 맛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모든 음식을 이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정성껏 만들었으니 어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이런 먹거리 호사를 하는 것도..
다 친구 잘 둔 덕이겠지요!
작년에는 이 뒷산에서 산삼 캐는 장면을 보았었는데.... 가을 송이철에 다시 찾아와.. 조카님과 같이 송이 채취를 해 보기로
약속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서울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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