余嘗觀唐人詩。有身病是閑時之語。
나는 전에 당나라 사람의 시를 보다가 “몸에 병이 들자 그제야
한가롭다¹”는 말을 본 적이 있다.
以爲人之處斯世。薾然疲役。無少休息。其能占得閑境。特因身有病耳。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달프게 일하느라 잠깐의 휴식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한가로운 시간을 차지할 수 있는 경우란, 단지 몸에 병이 생
기는 그 때뿐임을 이 구절은 말하고 있다.
每諷誦之。非惟自憐。亦憐一世人同此情境也。余於是歲。
이 구절을 늘 읊조리면서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데 머물지 않고,
온 세상의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을 가엾게 여겼다.
自春川府使趨召入院。逐日晨入而夕出。
나는 올해 춘천부사로 있다가 부름을 받고 황급하게 승정원으로 들어
왔다. 날이면 날마다 새벽에 대궐로 들어갔다가 밤이 되어 나왔다.
春而夏。夏而秋。秋而冬。冬亦半矣。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다시 가을에서 겨울로 세월
은 흘렀다. 그 겨울마저 반이나 지났다.
其間暫遞。亦以腫患。而旋又叨冒。
그동안 잠깐 업무에서 체직된 적이 있지마는 그것도 종기를 앓은 덕분
이었다.
日來寒疾。因積傷而作。殆不自堪。
최근 들어 감기가 들었다. 그동안 몸이 상한 것이 누적되었기에 생긴 병
이어서 내 스스로도 견디기가 어려울 듯하였다.
再上章乞解得請。自今日始投閑矣。
두 번이나 글을 올려 면직을 애걸하여
허락을 받았다. 오늘부터 비로소 한가한 생활로 들어가게 되었다.
朱夫子有言曰。一日安靜。便是一日之福。
주자(朱子)는 “하루 동안 안정을 취하면 하루의 복이 된다.”고 하셨다.
以此言之則病亦謂之福也。 可乎。當有辨之者。
이 말씀을 따르자면 병이 든 것도 복이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따로 따질 분이 있으리라.
久翁書。壬辰至月上旬。
구옹(久翁)이 쓰다. 임진년 동지달 상순.
註 1.‘身病是閑時’로 장문창(張文昌)의 〈한서자에게 답한다(酬韓庶子)〉
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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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일 미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