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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글

호랑이가 산에 있으면 (오세옥 역)

虎在而藜藿植 龍亡而鰍

호재이여곽식 용망이추선무


호랑이가 산중에 있으면 산나물이 자라나며,

용이 큰 못에서 사라지면 미꾸라지가 춤을 춘다.


이서우(李瑞雨), <이하진 묘갈명(李夏鎭墓碣銘)>


藜 : 명아주 려 

藿 : 콩잎 곽

鰍 : 미꾸라지 추

: ‘두렁허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 


  위 글은 경신년(1680, 숙종6) 봄, 대사간에 제수된 이하진(李夏鎭)이

잘못된 시정(時政)을 논하는 상소에서 한 말로, 이서우가 그의 묘갈명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당시 허목(許穆), 홍우원(洪宇遠) 등 중신들이 숙종의 뜻을 거슬러

조정을 떠나게 되자 이러한 간언을 올린 것입니다. 이 글의 의미는

‘훌륭한 신하를 내치면 장차 소인배가 득세하여 나라가 어지러워질

것임’을 임금에게 경계한 것입니다.


《한서(漢書)》개관요전(蓋寬饒傳)에는, “산에 맹수가 있으면 여곽을

그 때문에 뜯지 못하고, 나라에 충신이 있으면 간신이 그 때문에 일어

나지 못합니다.[山有猛獸 藜藿爲之不采 國有忠臣 姦邪爲之不起]”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강개하고 학덕이 높았던 개관요가 억울하게 죄를 받자 당시 간원이

그를 변호하는 글에서 한 말입니다.


  나라에 큰 인물이 자리 잡고 있어야 만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해

악(害惡)이 싹트지 않는 것입니다.    -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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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정에서 가장(家長)이 본분을 잊고  다른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 가정은 곧 중심을 잃고 와해되는 일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또한, 아

버지가 엄한 집에서는 아이들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여 그르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이기도 하였습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야단치는 어른도 없고 방종한 젊은이들

이 너무도 많이 눈에 띕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자부했던 지난 날의

기억은 점점 멀어지고...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생계에 방해가 되는

일들도 서슴치 않고, 국가의 신인도(信認度)를 떨어뜨리는 정도의 투쟁

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선포를 하는 이들.

 

  나라의 어른들마저도 훈계를 꺼리는 세태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가 마

음 속에 잘 새겨야할 경구(警句) 라고 생각되어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