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벗
莫曰無師 求之方策 有餘師矣
막왈무사 구지방책 유여사의
스승이 없다 말하지 말라.
책에서 찾으면
많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
莫曰無友 靜對黃卷 有其友矣
막왈무우 정대황권 유기우의
벗이 없다 말하지 말라.
조용히 책을 펼치면
그곳에 벗이 있을 것이다.
※ 方策과 黃卷은 모두 책을 뜻하는 말.
- 이선(李選), <세 고을 학생들에게 고하는 글[告諭三邑諸生文],
《지호집(芝湖集)》
해설
이 글은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선(1631~1692)이 제주도에 순무사
(巡撫使)로 파견되었을 때에 고을 학생들의 학업을 격려하며 적은
입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하지도 못했고, 물산이 풍부하지
도 못했기 때문에 바다 건너 제주의 학습 여건은 그리 좋지는 않았
을 것이며, 학생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에 저자는 이들을 다독이며, 책이라는 스승과 벗이 있으니 부
족하게 생각하지 말고 더욱 학업에 정진하여 큰 인물이 되라고 당
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언제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내가 다가서
기만 하면 언제나 나의 스승도 되어 주고, 나의 벗도 되어줄 것입
니다.
옮긴이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
......................................................................................
나에게도 책은 정말 좋은 벗입니다.
혼자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갈 일이 있어도, 아니 비행기로 10
시간 넘게 외국으로 갈 일이 있어도 크게 걱정이 안됩니다. 책이
라는 벗이 있어서 입니다.^^
평소에 작정하고 여러 시간을 내리 독서를 하기가 사실은 쉽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들을 곁에 두고 가지고 다니
며 짬짬이 읽어 나가는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읽고 싶은 책들을 구해서 순서를 정해 놓았으니 나에게 차를 타
는 일 같이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몇 시간의 보너스가 똑 떨어질
때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지요.
독서를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좋아하는 바둑이나 당구 낚시등에 대해서는 별
로 흥미가 없고 틈만 나면 책을 펼치고 연결되는 참고서적을 찾고
하니.. 나에게는 독서가 좋은 취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속에서는 지식 뿐 만이 아니라 때로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가
르침을 얻기도 하니 선인의 말씀대로 책은 친구일 뿐 아니라 스승
이기도 합니다. 천 년 이천년 전에 벌써, 삶의 요체를 자세하게 갈
파해 놓은 저술들을 보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아내와 함께 백화점이나 마켓에 가서 물건을 고를 때면 30분만
지나도 싫증이 나서 주리를 틀지만 빈 시간을 서점에라도 들르면
두어 시간 즐겁게 혼자 보낼 수 있으니, 아마도 나는 책 중독 증
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서리가 단단하게 각지고 만지면 촉감이 좋은 책들. 요즘은 책
도 예쁘게 나와서 좋은가 하면, 손 때가 묻어 낡을대로 낡은 옛책
에는 마치 어릴 때 살던 집을 떠올릴 때 느끼는 그런 편안함이 있
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온라인 정보들이 책을 대신하는 수가 많지만
내가 손으로 느끼고 눈으로 훑으며 갈피 사이에서 풍겨오는 향기(?)
마저 느낄 수 있는 책이 제일입니다. 오늘도 서점에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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