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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춘수 (春愁)

새 한 마리 날아와

벚꽃 그늘 속으로 숨는다.


어쩌면 저리도

빠른 속도로


부딪히지도 않고

그늘 속 가지에

사뿐히 앉을 수 있을까.


사람이라면

부딪혀 떨어질 텐데.


바야흐로 인간 세상에

말(言) 잔치도 무르익었다,


자기에게 표를 주면

다 이루어 질 것처럼.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음흉한 이웃나라들에 둘러싸인 채


백척간두에서 흔들리는

이 나라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권에만 눈이 어두워

할퀴고 뜯기만 하는 저 모습들.


창문을 열면

시야를 가리는 뿌연 먼지 안개


가슴속이 답답해져

눈 감고 돌아서는


이게

우리의 봄(春)이다.


         春愁                               봄 시름



彩禽飛匿白花陰       예쁜 새 날아와 흰 꽃 그늘에 숨더니

呼伴嚶鳴似亂琴       제 짝을 부르는지 요란하게 울어대네

朝市煙流三月暮       서울은 연기 속에 춘삼월이 저무는데

縈愁不却獨孤斟       얽힌 시름 못 떨치고 홀로 잔을 따르네

                                                       (2017. 4. 14)


* 飛匿비익...날아와 숨다,  匿숨을 익,  呼伴호반...짝을 부르다

* 嚶鳴앵명...(새가) 울다,  

* 朝市조시...조정과 저자거리, 명리의 경쟁이 심한 곳.

* 縈愁영수...얽힌 시름,  縈얽힐 영,  不却불각...떨치지 못해

* 獨孤斟독고짐...홀로 외로이 따르다,  斟따를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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