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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경주 (慶州)

아침 해가 떠올라 경주 벌을 비춘다.

 

평범한 시골 땅, 이곳이

신라가 3국을 통일한 후인 8세기에는

17만여 호(戶)의 기와집이 즐비한 계획도시로서

 

비잔티움, 장안(長安), 바그다드에 이어

세계 4위의 선진 도시였다니!

 

가다 보면 왕릉(王陵)이요,

다시 보면 유적(遺蹟)이다.

 

창 앞에 서서,

저 넓은 들에 펼쳐져 있던

신라 당대(當代) 모습을 그래픽처럼 떠올려 본다.

 

수레가 다니던 주작대로(朱雀大路)를 오가며

처용(處容)과 비형랑(鼻荊郞)과

원효(元曉)와 월명사(月明師)를

이야기했을 서라벌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그러나...

 

천년이 더 지나며

그 영화(榮華)는 먼지처럼 사라지고

 

눈앞엔

그저 조용한 시골의 벌판 위로

낮달이 외로이 떠 있다.

 

 

          慶州                        경주

 

赤日初暉萬象明     아침 해 붉게 떠올라 만물을 비추매

佇懷盤古惜昇平     먼 옛날 태평연월 돌아보니 애석해라

千年舊業都如夢     천년 왕업이 모두 지나간 꿈과 같고

晝月孤懸半月城     낮달만이 외롭게 반월성에 걸려 있네

 

 

* 初暉(초휘)... (아침 해의) 첫 햇살,  暉 빛 휘,

* 佇懷(저회)... 우두커니 서서 생각하다, 佇우두커니 저, 懷 품을 회

* 盤古(반고)... 먼 옛날

* 惜昇平(석승평)... 태평함을 애석해하다, 惜 애석해 할 석, 아낄 석

                           昇平 나라가 걱정 없이 평안한 상태, 태평세월

* 孤懸(고현)... 외로이 걸려있다, 孤 외로울 고, 懸 매달 현, 걸릴 현

                                                                                                         (당시의 서라벌, 그래픽 복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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