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시(漢詩)의 맛과 멋

바흐 (巴赫)

  2018년 3월 21일. 오늘은 그의 생일이다. 333번 째 생일!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독일어에서 바

라는 일반명사는 ‘작은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베토벤은 일찍이 바

에 대해서, “당신은 정녕 작은 냇물(Bach)이 아니고, 큰 바다(Meer)

입니다”라는 말로 존경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바흐가 만든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48곡은 음악의 구약성서라고

일컬어진다. 심지어, 만약에 이 세상의 모든 음악 자료가 한꺼번에 다

없어진다고 해도, 이 <평균율 클라비어곡집>만 남아 있다면, 그것을

기초로 해서, 없어진 모든 음악을 다 재현해 낼 수 있다는 말까지 있

으니, 이 작품이 얼마나 중요한 작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바흐는 1685년 독일 튀링겐 지방의 아이제나흐(Eisenach)라는 소

도시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역시 음악가인 큰형 밑에서 성

장하면서 오르간 연주를 배웠는데, 형이 숨겨 놓은 당시의 유명한 곡

들의 악보를 밤이면 몰래 꺼내 달빛 아래에서 베껴 스스로 연주까지

마스터하였으니, 형이 그의 재능에 질투를 느껴 그 필사 악보들을 모

두 빼앗아 버렸다고 한다.


   14세가 되자 독립하려고, 고향에서 무려 350 Km나 떨어진 뤼네

부르크까지 걸어가서 성 미카엘 학교에 입학하였고, 그곳 도서관의

풍부한 음악 자료는 바흐에게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고 한다. 이웃

도시인 함부르크에는 당시 유럽에서 오르간 연주의 대가인 라인켄

(Johann Adam Reinken)이 살고 있었는데, 가난한 바흐는 그의 연

주를 들으러 수시로 50 Km나 떨어진 함부르크까지 걸어서 다녀왔

다고 한다.


   20세가 된 바흐는 이미 오르간 연주의 대가 반열에 올라 고향 근

처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근무하면서 결혼을 하였다. 첫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가 낳은 장남 빌헬름 프리데만과 카를 필립 에마누엘, 그리

고 상처(喪妻) 후 두 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가 낳은 막내아들 요한

크리스티안이 성장하여 바흐로 불리게 되는 또 다른 유명 음악가가

되었다.


   이후 바흐는 바이마르 궁정에서 10년, 쾨텐 궁정에서 5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이프치히에서 여생의 28년을 보내면서 수많은 명곡들

을 생산해내고, 1750년 65세를 일기로 타계하여 그곳의 성 토마스

교회 안에 유해가 묻혀 있다. 제단 옆 양측의 성가대석에서 흘러나오

는 성가의 화음을 들으면서 말이다.


   그는 사후에도 오랜 기간 잊혀 졌다가, 타계한 지 무려 80년이 지

난 1829년에야 멘델스존에 의해서 마태수난곡이 알려져 연주되면서

부활되어 오늘날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음악

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으며 오늘날의 음악이 과연 어떻게 되었을

지를 상상해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20세기 전반, 기존의 조성음악(調聲音樂)을 해체하며 12음계 기법

을 창시하여 많은 현대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아놀드 쇤베르크도

죽음을 앞두고는 “음악은 바흐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巴赫                          바흐


寫譜單憑夜月光       달빛에 의지하여 악보 몰래 베껴서

硏磨能奏使人望       연습해 연주하니 사람들 기대 컸네

步行千里入音校       천리를 걸어가서 음악학교 입학하고

遂作弱冠如大洋       약관에 큰 바다 같은 인물 되었네


魏瑪克滕三五年       바이마르, 쾨텐에서 15년을 지내고

萊比錫在志逾堅       라이프치히 옮겨와 의지 더욱 굳어져

會心力作平均律       회심의 역작 평균율 피아노곡집은

音樂神書舊約編       음악의 구약 성서라고 일컬어지네

                                              (2018. 3. 21)


* 巴赫파혁...바흐, 單憑단빙...오로지 의지하다, 憑기댈 빙,

  弱冠약관...20세의 나이, 魏瑪위마...바이마르, 克滕극등...쾨텐,

  萊比錫래비석...라이프치히, 志逾堅지유견...의지가 더욱 굳어지다,

  平均律평균율...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한시(漢詩)의 맛과 멋'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창 (南窓)  (0) 2018.04.20
류하재 (榴霞齋)  (0) 2018.04.06
월광 (月光)  (0) 2018.03.26
금성 (金星)  (0) 2018.03.23
신사임당 (申師任堂)  (0) 201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