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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금성 (金星)

   금강산은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봄에는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개골

산(皆骨山), 계절마다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붙였으니, 부를 때마다

옛사람들의 여유와 재치가 느껴진다.


   그런데 그 여유와 재치를 또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금성(金星)'이다. 금성이라는 이름 자체도 동양철학

인 음양오행설에 입각하여 지은 이름인데, 이 별은 해뜨기 전에 먼

저 동쪽 하늘에 떠서 새벽을 '밝게 열어준다'고 하여 '계명성(啓明

星)'이라고도 불린다. 아침에 동쪽하늘에 뜬다고 우리말로는 '샛별'

이라고 한다. '새'는 우리 옛말로 동쪽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새

벽별이라는 뜻의 '효성(曉星)', '신성(晨星)'도 금성의 다른 이름이

다.


   해와 달을 제외하면 제일 밝은 별이 바로 이 별인데, 낮 동안에

는 잘 보이지 않다가 저녁에 해가 지면 서쪽 하늘에서 제일 밝게

빛난다. 이때의 금성을 우리말로는 '개밥바라기'라고 한다. 개밥그

릇이라는 뜻으로, 밤새 집을 지켜야 할 개에게 저녁밥을 줄 때가

됐다고 가르쳐 주는 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저녁별이 개들 저녁

거를까봐 걱정하는 느낌이 있어 미소를 자아내는 정다운 우리말

이름이다.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이 금성을 다른 한자말로는 '장경성

(長庚星)'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천간(天干) 중의 일곱 번째 글자인

'경(庚)'이 방위로는 서쪽을 가리키기 때문이며 거기에 우두머리

장(長)자를 붙여 '장경(長庚)'이라고 한 것이다.


   그 이외에도 금성을 가리키는 말로 태백성(太白星), 명성(明星),

어둠별 등이 있으니,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우리 문화 컨텐츠의

깊이를 나타내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金星                        금성


東晨的歷啓明名       새벽엔 동녘에 빛나 계명성이라 부르고

西夕煌煌號長庚       저녁엔 서쪽에서 반짝이는 장경성되어

日落暝天低秀燦       해지고 어두운 하늘에 낮게 떠 빛나며

犬公缺飧慮初更       견공들 초저녁 밥 거를까 걱정하는 별


* 晨새벽 신, 的歷적력...또렷하고 분명한 모양, 啓열 계,

  煌煌황황...반짝반짝 빛남, 號부를 호, 暝天명천...어두운 하늘,

  秀빼어날 수, 燦빛날 찬, 缺飧결손...저녁밥을 거름, 飧저녁밥 손,

  慮初更려초경...초저녁에 걱정하다, 慮걱정할 려, 初更저녁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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