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南海) 바닷가의
깔끔한 별장 콘도.
새벽에 보이던,
아미(蛾眉)보다는 조금 굵어진
초승달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침 바람이 살랑살랑
꽃잎을 흔든다.
감성돔이 제 철이라고
푸짐한 바다 족속들이
상을 가득 채우니
눈부터 흡족해진다.
죽방렴(竹防廉) 멸치는
이곳이 최고라는 말에
아내들은 차 세우고
좋은 물건 고르느라 바쁘니
이번 겨울은
뼈들도 꽤 단단해지겠지.
이름도 예쁜 금산(錦山).
이 태조(李太祖)는 언제
예까지 오셔서 기도하셨나,
나라를 얻으면
산을 다 비단으로 덮겠다고
법왕(法王)께 약조할 만큼
간절한 순간이
퍽으나 많으셨겠지만
드디어 나라를 열고는
그때부터 보광산(普光山)을
금산(錦山)이라고
바꾸어 불렀다는 전설.
‘한 여자가 돌 속에 묻혀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고교 동창인
이성복(李晟馥)시인의
<남해 금산>을 읊으며
돌길을 걸어 내려온다.
南海 남해
曉月松枝帶皎光 효월송지대교광 새벽달이 솔가지를 희게 비치고
朝風菊葉送幽香 조풍국엽송유향 아침 바람 국화 향을 전하여 오네
釣舟泛水瞌無事 조주범수갑무사 낚시배는 일 없이 물 위에 졸고
故故閑鷗飛午陽 고고한구비오양 끼룩끼룩 갈매기는 볕 속을 나네
烏頰眞甘卽膾鮮 오협진감즉회선 감성돔 신선한 회 너무 맛있고
德村豬足不虛傳 덕촌저족불허전 독일촌 돼지 족발 훌륭하도다
竹防鰮鰯最滋味 죽방온약최자미 죽방렴 멸치 맛이 최고라 하여
爭買於廛難惜錢 쟁매어전난석전 다투어 사느라고 돈 안 아끼네
登頂南望靜海閑 등정남망정해한 산정 올라 내려다 본 조용한 바다
眼前無際是仙寰 안전무제시선환 내 눈 아래 가없는 멋진 신선경
李王禱此終開國 이왕도차종개국 이태조 예 기도하여 나라 열고서
蓋錦難堪號錦山 개금난감호금산 비단 없어 금산 이름 지어 불렀네
* 帶皎光대교광...흰 빛을 띠다. 帶띨 대, 皎흴 교, 달빛 교, 泛水범수...물에
뜨다, 泛뜰 범, 瞌無事갑무사...일이 없이 졸다, 瞌졸 갑, 故故고고...갈매기
우는 소리,
烏頰오협...감성돔, 烏頰魚의 준말, 德村덕촌...독일 마을, 德國村의 준말,
豬足저족, 돼지 족발, 독일마을에서 파는 슈바인스학세, 不虛傳불허전...
명불허전, 명성이 헛되이 퍼지지 않다, 鰮鰯온약...멸치, 鰮멸치 온, 鰯멸치 약,
滋味자미...좋은 맛, 또는 맛있는 음식. 爭買쟁매...다투어 사다, 爭다툴 쟁,
於廛어전, 가게에서, 於~에서, 難惜錢난석전...돈을 아끼기 어렵다, 惜아낄 석,
仙寰선환...신선이 사는 곳, 蓋錦개금...비단으로 덮다,
蓋덮을 개, 錦비단 금, 難堪난감...감당키 어렵다, 號부를 호, 이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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