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 선생은 휘문고보와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상
에게 물려받은 10만석의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해외로 팔려나간 우리 문화재들을 사들여
최초의 민간 박물관인 간송박물관을 세워 보존한 분이다.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들과 겸재 정선의 회화작품을 비롯한 유명 조선시대 화원들의 작
품들과 자기, 불상, 고서적에 이르는 수많은 수장품들은 한국미술사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
가 되고 있다.
그는 스승격인 오세창(吳世昌, 1864~1853)선생의 가르침을 받았고, 당대의 많은 예술인들
과 교류하며 10여 편의 논문도 발표하였다고 한다. 후에 신장병을 얻은 그는 도봉산 기슭의
사저(私邸)인 옥정연재(玉井硏齋)에 기거하며 투병하다가 56세의 이른 나이에 별세하였다.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 11월 1일, 시벗들과 함께 옥정연재(玉井硏齋)를 방문하여, 이미실
실장님의 자상한 해설과 배려로 간송선생의 묘와 옥정연재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추
사(秋史)의 글씨와 겸재(謙齋)의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 있어, 함께 감상하며 우리 고미술의
향기에 잠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우리 시회(詩會)의 기둥 격인 두하(斗河) 김원장은 부지런하게도 그날의 정경을 담은 칠언
절구 한 수를 보내왔다.
訪全鎣弼先生古宅 전형필선생 옛집을 방문하다
灰雲細雨濕秋園 (회운세우습추원) 잿빛구름 가랑비가 만추 동산을 적시는데
處處慇香守寶魂 (처처은향수보혼) 보배를 지켜온 그 정신 곳곳에 스며있네
敢用先資蒐傑作 (감용선자수걸작) 물려받은 재산으로 걸작들을 수집해 전하니
舍廊談客德恩尊 (사랑담객덕은존) 사랑채 손님들 선생의 덕과 은혜를 우러르네
* 廂행랑 상, 廂房(상방)사랑채, 尊높을 존, 높일 존, 우러러보다.
나도 가만있을 수가 있나, 두하 시의 운자(韻字)인 園(원)-魂(혼)-尊(존)을 살려 화운시(和韻詩)
를 지어 올렸다.
和韻斗河訪澗松古宅 두하의 간송고택 방문詩에 화운하여
道峰山麓小丘園 (도봉산록소구원) 도봉산 기슭에 있는 작은 동산에
幽臥安眠志士魂 (유와안면지사혼) 그윽히 누워 잠든 지사의 혼이여
舊屋壁懸多古寶 (구옥벽현다고보) 옛집의 벽에는 귀한 옛 작품들 걸려
騷人相讚澗松尊 (소인상찬간송존) 문사들 상찬하며 간송 선생 우러르네
* 騷人소인... 시인, 문사.
'한시(漢詩)의 맛과 멋'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 (故鄕) (0) | 2020.12.10 |
---|---|
夢覺 (몽교, 꿈에서 깨어) (0) | 2020.11.20 |
만추 (晩秋) (0) | 2020.11.10 |
손자 (孫子) (0) | 2020.10.23 |
남원 (南原) (0) | 2020.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