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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손자 (孫子)

참으로 이상한 것이,

 

나의 아들과 딸이 벌써

40대 초반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같이 늙어갈 형편이 되었고,

 

그 옛날 이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나도 아내도 꽤 감동을 느꼈을 법한데

 

시간이 오래 흘러서인가

 

돌이켜보면

그때의 ‘감동’이 기억은 나지만

 

그것이 지금처럼 크고

가슴 뭉클했었던가....

하고 생각해 본다.

 

지난 달 말에

두 번째 외손자를 얻었다.

 

바알간 피부,

오똑한 코,

부지런히 움직이는 팔 다리,

찡그리며 우는 모습.

 

첫 외손자 후

꼭 10년 만에 보는

둘째라서 그런지

 

움직임 하나하나에

(욕하지 마시라)

가슴이 철렁할 정도의 감동이 인다.

 

이 아이가 커서 내 나이쯤 되면

얼마나 세상이 변해 있을까.

 

우리가 지금

계수나무와 옥토끼를 생각하는

 

저 달나라쯤은

주말여행으로도 갈 수 있겠지.

 

지금 세상은 온통

코로나 역질(疫疾)로 뒤숭숭하지만

 

건강하게 살라고

새 생명을 주신 이께

한없는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爾兄世出十年前   이형세출십년전    

今爾呱呱八月天   금이고고팔월천     

膩理赤膚油黑髮   이리적부유흑발     

母襟飽乳太平眠   모금포유태평면     

 

人間發展急悤悤   인간발전급총총     

爾到吾齡踏月宮   이도오령답월궁    

疫疾猖延今宇内   역질창연금우내     

健康賜命敬天工   건강사명경천공     

                                                                             

 네 형이 십년 전에 태어난 이후로

오늘 다시 너의 고고성을 듣는구나

보드라운 붉은 피부에 기름진 흑발

에미 품에 젖 배불러 태평스레 자네

 

인간 세상 발전함이 너무도 빨라서

네가 내 나이 되면 달에도 놀러 가겠지만

지금 온 세상 전염병이 창궐하는 때

건강한 생명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네.

                                       (2020. 9.26)

 

* 爾너 이,  呱呱고고...아기가 태어나며 우는 울음소리,

  膩理이리... 살결이 곱고 반들반들함, 赤膚적부... 붉은 피부, 油기름질 유,

  悤悤총총...매우 바쁜 모습, 吾齡오령... 내 나이, 齡나이 령, 踏밟을 답,

  疫疾역질... 전염병, 猖延창연... 창궐, 널리 퍼짐, 宇우내... 온 세상,

  賜줄 사, 하사할 사,

  天工천공...하늘의 조화로 이루어진 묘한 재주, 하늘이 백성을 다스리는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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