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리조트의 넓은 통창(通窓)으로
싱그러운 앞산의 모습이 가득 들어온다.
저녁이 지나고 어두워지니
산은 밤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
사람이 없어
고요하기만 한 산 속,
서쪽 하늘엔
날씬한 초승달이 걸려 있고
그 아래
개밥바라기별(금성)이 밝게 빛나고 있다.
터어키 국기(國旗)를 기울이다가
별이
그릇 밖으로 떨어져 나온 듯
그림처럼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면서
가슴 속은 왜 이리 답답한 걸까.
나라 안팎으로
수상하게 돌아가는 일들로 인해
마음을 편안히 할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전해오는
이런저런 소식들로
낡은 배 밑바닥에
흙탕물이 차오르듯
근심이 스물스물 피어나는데
끊임없이 계곡으로 울려 퍼지는
밤 소쩍새 울음소리가
참 애절하기도 하다.
夜坐 야좌
三更新月向西傾 삼경신월향서경
澗水嗚流似雨聲 간수오류사우성
時節殊常愁萬斛 시절수상수만곡
昏山竟夜蜀哀鳴 혼산경야촉애명
밤에 앉아
밤하늘 삼경이라 초승달도 기우는데
산골 물 흐르는 소리 빗소리 같아라
시절이 수상하니 만곡 시름 쌓이는데
어둔 산 귀촉도는 밤을 도와 우는구나
(2020. 4. 29)
* 澗산골물 간, 嗚탄식할 오, 殊常수상...이상하고 의심스러움,
斛곡...1곡=10말, 부피의 단위, 竟夜경야..밤 새워,
蜀촉...歸蜀道(귀촉도), 두견새, 子規(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