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내리고
칼바람까지 불어오면
그야말로 뜨끈한
온천욕 생각이 절로 난다.
겨울… 온천욕… 하면 나는
일본의 노천탕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것도 이젠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친구들 역시
온천에 얽힌 추억들도 많은 모양인지
한 친구가 회상하는 글을 올렸다.
「수증기 피어 오르는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서서히 몸 전체가 달아오르고
간간이 불어오는 계곡의 찬바람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주면
멀리 보이는 눈 덮힌 언덕에
솟아오른 외로운 소나무,
차가운 겨울 하늘을 선회하는
솔개 한 마리를 바라보며
아츠칸(섭씨50도)으로 데운 사께를
참나무 향기 나는 나무잔에 따라
온천물 속에서 마시는 맛은…」
이 글을 보고
일본 유학을 한 다른 친구가
또 글을 올렸다.
「따끈한 사께를 넣은 독구리와 나무잔을
원통형 배에 띄워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온천욕과 함께 즐기는
오랜 일본의 술문화가 있다.
여기에 한겨울 솜사탕 같은
눈(雪)을 감상하며 그것을
안주삼아 마시는 한잔의 술을
유키미자케(雪見酒, 설견주)라고 한다.
육체의 안팎이 한꺼번에 더워지면서
미끄러지듯 타고 내려가는
한모금의 술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침이 꿀꺽 넘어가는 순간이다.
온천욕은 여러 번 해봤지만
설견주(雪見酒) 이야기는 처음이다.
언제나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雪見酒》 설견주
烝起浸身温熱水 증기침신온열수
壑風冷額仰山巓 학풍냉액앙산전
庭松佖立枝枝雪 정송필립지지설
翹首寒天斡一鳶 교수한천알일연
暖酒小瓶杉木盞 난주소병삼목잔
操心泛水載圓舟 조심범수재원주
悠悠一飲身伸展 유유일음신신전
燠燠胸腔洗旅愁 욱욱흉강세여수
증기 피어나는 뜨거운 온천물에 몸 담그고
계곡바람에 이마 식히며 산꼭대기 바라보네
정원 소나무 가지마다 흰 눈 쓰고 서있는데
머리 드니 찬 하늘에 솔개 하나 맴을 도네
데운 청주 독구리와 삼나무로 만든 잔을
조심스럽게 둥근 배에 실어 물에 띄우고
여유롭게 한 잔 마시고서 몸을 주욱 펴니
따뜻함이 속에 퍼져 여행 수심 씻어주네
* 浸담글 침, 壑風학풍…골바람, 壑골짜기 학, 額이마 액,
巓산꼭대기 전, 佖立필립…점잖게 서 있다, 佖점잖을 필,
翹首교수…머리를 들다, 翹들 교, 斡돌 알, 鳶솔개 연,
泛띄울 범, 載실을 재, 舟배 주, 伸展신전…주욱 펴다,
燠燠욱욱…따뜻한 모양, 胸腔흉강…가슴 속(빈 곳), 洗씻을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