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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인일 (人日)

지금은 거의 잊어버렸지만

 

음력으로 정월 초이렛날을

인일(人日)이라고 하여

 

이 날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날이었다고 한다.

 

지방에 따라 조금씩 풍습은 달라도

대체로 오늘은 사람 날이니까

일을 하지 않고 쉬며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거나

질병을 예방하며

친목을 도모했다고 한다.

 

우리 옛적에도 이렇게 작으나마

인권(人權)을 생각하던 날이 있었네.

 

친한 벗들간에도

()나 글을 지어 소식을 전하여

우정을 돈독히 하던 날이었고 하면서

 

아침 일찍 J 가 인일 시()를 보내왔다.

 

새벽의 시원한

찬 기운을 받으며 쓴 시라서인지

삽상(颯爽)하게 눈에 들어 온다.

 

 

  辛丑人日                신축 인일               

           

南山殘雪淚哀哀   남산잔설루애애   

裸木抽芽太皞來   나목추아태호래   

何事槁枝萎惴惴   하사고지위췌췌   

勿憂風厲自而摧   물우풍려자이최   

 

신축년 인일

 

남산 잔설은 녹아서 눈물을 흘리고

나목에 싹이 트니 봄은 이미 왔구나

마른가지 어찌하여 움츠려 벌벌 떠나

찬바람 곧 물러갈 테니 걱정 말아라

 

* 抽芽추아싹이 트다,  太皞태호봄의 신,

  萎시들 위, 움츠리다,  惴惴췌췌두려워 벌벌 떨다, 

  風厲풍려거센 바람,   自而摧자이최스스로 꺾이다.

 

입춘이 보름전이요,

오늘은 우수(雨水)이자 인일인데

 

봄이 왔으나 쌀쌀한 모습과

이를 보는 벗의

따뜻한 마음씨가 동시에 느껴진다.

 

인일의 풍습을 알려주며

()를 보내온 벗에게

 

그가 쓴 운자(韻字)

- - 摧에 화운(和韻)하여

나도 시를 지어 보냈다.

 

어제 내린 눈이

활짝핀 남도 홍매화 송이마다

하얀 솜장식을 한 듯한

 

일간지 1면에 크게 나온

전남대 교정의

홍매(紅梅)를 생각하면서...

 

 

啞啞槁樹亂鴉哀    아아고수난아애   

朶朶紅梅昨雪來    타타홍매작설래       

縱有寒風心術酷    종유한풍심술혹  

韶光代謝孰能摧    소광대사숙능최   

 

마른 나무 위에 까마귀 소리 애닲은데

홍매화 꽃송이들 어제 온 눈 모자 썼네

차가운 바람까지 불어 심술을 부리지만      

따스한 봄이 오는 것을 그 누가 막으리  

 

* 啞啞아아까마귀 우는 소리, 까악까악.  

   心術마음씨, 남을 괴롭히는 마음.

  韶光소광봄날의 화창한 경치,  韶아름다울 소

  摧꺾을 최, 꺾일 최, 누를 최, 멸할 최,

  代謝새것이 와서 묵은 것을 대신함, 변천함.

 

 

낮이 되자 K가 보낸

또 한 편의 시가 날아들었다.

 

그는 구정 연휴를 틈타서 부인과 함께

그 유명한 선암사의 매화를 보러갔다가

 

그만 시기가 조금 일러

꽃은 못 보고

빨간 봉오리만 무수히 맺혀 있는

수많은 매화나무들 앞에서

 

그 향기만 찾다가 돌아왔다니

내가 갔다온 것처럼 아쉽다.

 

지금쯤이면 반짝반짝 피어났겠지

 

  仙巖寺梅花             선암사 매화

 

長途有意到看梅    장도유의도간매   

時早枝枝尙未開    시조지지상미개   

可惜接聞柔撫蕾    가석접문유무뢰   

愛香期約後年來    애향기약후년래   

 

먼 길을 뜻이 있어 매화꽃을 보러 왔더니

때가 일러 가지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네

애석하여 꽃봉오리 어루만져 냄새 맡으며

그 향기 사랑하여 후에 다시오마 기약하네

 

* 可惜가석아깝고 애석함, 接聞접문가까이 냄새맡다

  柔撫蕾유무뢰꽃봉오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

 

 

선암매(仙巖梅)의 방창(方暢)

개화(開花) 풍경을 기대하며 갔다가

 

아쉬워 돌아온 벗이여, 오늘 밤에

 

임 제(林 悌)의 소설

<화사(花史)>에 나오는 매왕(梅王)

 

그 왕국을 경복궁으로 옮기는

꿈이라도 꾸소서!!

 

선암사 매화 시의 운자(韻字)

- - 來 에 화운(和韻)하여

 

여기 나 또한 시를 보낸다.

 

非時晩雪下紅梅    비시만설하홍매   

桃李寒風敢不開    도리한풍감불개   

人日今年兼雨水    인일금년겸우수   

賦詩經夜曉將來    부시경야효장래   

 

때 아닌 늦은 눈발 홍매화에 내리고

찬바람에 도리화는 필 엄두도 못내네

금년 들어 인일과 우수가 겹치는 오늘

밤늦도록 시 짓다보니 새벽이 오려하네

 

* 賦詩부시시를 짓다,  經夜경야밤을 지나다,

  曉새벽 효, 將...~하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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