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가까운 친구가 밤낚시를 가자고 권하는 것을 저는 일
때문에 못가고 저를 뺀 넷이서 낚시를 갔었는데, 오늘 아침에 그
낚시 이야기를 친구가 글로 올린 것을 보고.. 야~ 하는 반가운 마
음으로 읽어 내려갔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린 광경이 너무도 멋있어서, 서정성(抒情性)
을 담아 두는 제 마음의 창고 문이 와르르 흔들려 열리더니, 저는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 가만 있고는 배길 수가 없게 되어버렸
습니다.
<드넓은 저수지 위에서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면서, 물 위에 떠
있는 넓적한 좌대 위에 앉아, 뒤늦은 산란의 고통에 뒤척이는 잉어
들의 첨벙 거리는 소리를 들어 가며.. 쐬주 한잔의 맛...고기는 물
지 않았지만 기분은 환상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표현을 하였기
에 머리를 끄덕거리고 있다가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를 좇아 월산대군이 쓴 시조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들이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와 함께 답글을 올렸습니만,
그 후에 아무리 하여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고달픈 집중을 시
작했습니다. 한시(漢詩)가 한 수 나오려나 하고..
지나다가 멋진 순간이나 좋은 소재라고 생각되는 일을 만났을 때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그것을 한시의 규격 속에 가두고 싶어 하
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억지로 한시를 지어야겠다고 시도하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럴
듯한 구절을 얻을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어떤 시상(詩想)
이 떠오를 때엔 짧은 시간에도 술술 진도가 나가는 경우가 있어서,
이럴 경우에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가 됩니다.
夜釣 (야조)
釣艇今宵到四更 (조정금소도사경)
鯉魚産子水嘈聲 (이어산자수조성)
湖平曼曼淸空月 (호평만만청공월)
勸酒知音夜却明 (권주지음야각명)
밤 낚시
오늘 밤 낚시배에 밤은 점점 기울어
잉어 알 낳는 소리 철벅철벅 들리네
드넓은 호수에 맑은 달빛 비칠 때
친구들 나누는 술 밤이 외려 밝아라
위에 친구가 묘사했던 밤낚시 풍경과 비슷한 지, 친구에게 이
시를 보내서 점수를 받아 보아야겠습니다.
이제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그 친구를 부추겨 주말을 한 번 밤낚
시로 새워 보아야겠습니다. 어져~ 삶이여, 덧없이 흐르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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