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요일 아침 나절에 가까운 산에 나가 볼까 하다가 가족들과
이일저일 같이 보느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집을 나섰지요.
산 밑 깨밭은 추수가 끝나 한 아름씩 묶어 놓은 마른 깨들이 어서 털어
달라고 기다리는 듯.. 고추도 빨갛게 익었습니다. 볼 때마다 신기한 색깔..
땅에서 어찌 저런 빛깔이 나오는지..
구름 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산길로 접어 들어 작은 절의 은은한 독경
소리가 들릴 즈음 빗방울이 후두둑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자근자근 내리기 시작했지만 산길은 나무 잎들이 하늘을 가려 솨아~
하는 소리만 숲에 가득하고, 여기저기 보이던 사람들도 어디로 숨어 버렸
는지 적적해진 숲속에 까치 소리도 잦아들었습니다.
돌탑 뒤로 다람쥐 한 마리 급히 달려 가고, 땔감을 모아 등에 진 산 할머
니는 하늘을 두리번거립니다. 빗소린가 바람소린가..
급히 떠오르는 정경 하나.. 근처의 산이건만 이렇게 한시의 규격에 그 순
간의 모습을 잘라 집어 넣어 놓으면, 평범하던 작은 산의 한 때가 마치 동
양화의 한 귀퉁이 같이 느껴집니다...
暮山遭雨 (모산조우) 저녁산에서 비를 만나다
小寺讀經山暮閑 (소사독경산모한) 저녁산 작은 절 독경소리 한가한데
暗雲成雨忽零顔 (암운성우홀령안) 짙은 구름 빗방울져 얼굴에 떨어지네
背柴老婦停笻語 (배시노부정공어) 땔나무 등진 할매 지팡이 멈추고 말하길
疑是風聲走樹間 (의시풍성주수간) "나무 사이 불어 오는 찬바람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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