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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글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 (이정원 역)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
 
智者見於未形
愚者謂之無事 泰然不以爲憂

 

지자견어미형 
우자위지무사 태연불이위우

 

지혜로운 사람은 일이 드러나기 전에 살피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 일 없다고 말하며 태연히 걱정하지 않는다

                                           - 이인로(李仁老), 《파한집(破閑集)》중에서
 해설
 
고려 중기 무신정권기의 문인이었던 이인로(1152~1220)가 지은 문학비평서인
《파한집(破閑集)》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지경에 처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기미를 살펴 미리 대처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부터 군자의
바른 처세로 “기미를 보고 일어난다[見幾而作]”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국가의 운영에 있어서도 미리 대처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여파는 온 백성에게
미치는 법입니다. 백성들의 수고로움은 군왕 한 사람에게 달려있다고도 하였습
니다. 국가의 정책은 백성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고, 나락에 빠뜨릴 수도 있습
니다.

 

평상의 아래 쪽은 불이 타오르고 있는데 아직 엉덩이가 뜨겁지 않다는 이유로
무사태평 걱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믿으라고만 한다면, 장차 불길에 휩싸여야
할 죄 없는 백성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을까요?

 

일이 커지고 어려워지기 전에 미리 살피고 대비하는 국가 정책으로 온 국민이
활짝 웃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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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국민이 두려움 속에 함께 맞았던 1997년의 국가 default 사태.. 우리 머릿
속에 IMF 라는 세 글자로 아프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친구들과 마주 앉아 술
기운에 껄껄 웃던 웃음속에도 너나없이 짙은 자조(自嘲)가 배어 있던 그 때가
생생히 떠오릅니다.

 

양심을 가진 지도자들이 미리미리 기미(幾微)를 살피는 안목이 있었다면 과연
우리가 IMF 사태를 맞았을까요.

 

지내고 나서 이제 돌아보니, <평상 아래쪽엔 불이 붙었는데도 엉덩이가 뜨겁
지 않다며> 눈 앞의 일만 보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던 모습들이 이제는 모두가
잘 보입니다. 국민은 어리석은 것 같아서 당장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
히 속일 수는 없는 것. 지금의 지도자들은 과연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세계적으로 경제가 빈사지경에 이르렀는데, 어제 오늘 '농사 직불금 건'으로
더욱 어수선합니다. 국가나 개인이나.. 미리미리 살피는, 삼가하고 자중하는
마음이 절실한 때입니다. (미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