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빈의 남쪽에 위치한 중앙묘지 Zentralfriedhof 부터 찾아갔다. 어제와는 길이 달라 빈의 남쪽으로 진입하
다가 도중에 머리가 하얀 독일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어찌나 친절히 그리고 길게 설명을 해주시는지 감동적
이었다. 61만 여평에 300만 영혼이 잠들어 있다는 중앙묘지에 도착하였다. 입구의 작은 사무실에 물었더니 역시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중앙의 큰 길로 300 여 미터를 들어가 왼쪽으로 꺾으니 바로 음악가 묘역인 32A 구역이다.
1827년 57세로 세상을 떠난 베토벤은 2만 여명이 참가하여 애도하는 가운데 빈의 베링거 묘지에 안장되었다. 슈
베르트를 비롯한 8명의 음악가들이 그의 관을 운반하였다고 한다. 수십년이 지나 빈의 중앙묘지가 새로 조성되
면서 1888년 베토벤도 중앙묘지로 이장되었고, 베토벤보다 1년후에 죽은 슈베르트도 자신의 유언대로 지금 중앙
묘지의 베토벤 옆에 잠들어 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묘지를 둘러보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묘지가 눈에 들어온
다. 왈츠의 왕 답게 묘지의 조각이 아름답기도 하다. 이번 여행에서 자주 겪었던 예상치 못하던 비와 천둥 번개..
그런 것들까지도 슈트라우스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음악(천둥 번개 폴카 Unter Donner und Blitz)으로 변해 지금
까지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바로 옆은 아! 브람스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혹시 자신의 만년의 역작 클라리넷 5중주곡의 악보
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본에 묻혀 있는 슈만과 클라라 생각을...
이제까지 본 음악가들의 묘를 이어 원을 그리면 그 중심되는 곳에 모차르트 기념탑이 있다. 죽어서 장트 마르크
스 묘지에 합장된 모차르트...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후인들이 찾아내려고 할 땐 이미 그 시신을 확인하고 찾아
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곳에 이렇게 시신이 없는 가묘를 세워 놓은 것이다.
넓은 묘지에 사람은 별로 없이 새소리만 들리는 묘지 특유의 고요함에.. 아내는 그만 나가고 싶은 눈치다. 좀더 천
천히 다른 음악가들의 묘를 찾아보고 싶었으나.. 이제 그만 나가야겠다.
이야기를 좀 바꾸어.. 다시 잘츠부르크 쪽을 더듬어 보자. 잘츠부르크에서 북쪽으로 30 Km 쯤 되는 곳에 오베른돌
프Oberndorf 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1818년 이곳의 성 니콜라우스 성당의 모르 Mohr 신부는 성탄 전야에 쓸 미사
곡의 가사로 쓸 시를 지어 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오르간이 망가져, 할수없이 성가대 지휘자인 이웃마을 음악선생
님 프란츠 그루버 Franz Gruber 에게 급히 그 가사로 작곡을 하여 기타 반주로 성탄 미사를 바치기로 하였다. 이렇
게 태어난 곡이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는 성가이다.
그 니콜라이 성당은 그후 홍수와 화재로 무너져 없어지고 그 자리에 작은 경당이 있어 순례객을 맞고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작곡자 그루버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동쪽으로 넓은 풍경지대를 잘츠카머굿 Salzkammergut 이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76개의 호수와 산
들이 만들어낸 경치가 아름다워 영화 <사운드 옵 뮤직>에도 소개되었다. 한 나절이 채 안되는 시간에 이곳을 다 구경
할 수는 없어, 모차르트의 어머니의 고향인 장트 길겐 St. Gilgen 과 좀 더 가서 있는 장트 볼프강 St. Wolfgang, 그리
고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궁정악장이던 레하르 Lehar 의 집이 있다는 온천 마을 바트 이슐 Bad Ischsl 까지 갔다 오기
로 했다.
장트 길겐이다.
호수가에 있는 모차르트 하우스이다. 이 집은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가 태어나 살던 집이다. 모차르트의 어머니는 이곳
지방판사의 딸로 태어나 잘츠부르크의 음악가 레오폴트에게 시집을 가서 모차르트의 누나 난네를 Nanerl 과 모차르트를 낳았으
며, 난네를은 후에 어머니 고향인 장트 길겐의 귀족과 결혼하여 다시 장트 길겐에 와서 살았다.
모차르트의 어머니의 사진과, 어머니와 누나 난네를의 부조가 모차르트하우스에 붙어 있다.
장트 길겐의 한 카페. 상점을 돌아보는 집사람을 기다리다가 문득 나를 쳐다보는 모차르트의 눈길을 느꼈다.^^ 이런 장트 길겐같이
작은 도시는 물론이요, 잘츠부르크 같은 큰 도시에서도 모차르트는 그 도시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잘츠부르크 시민의 ⅓이 모차
르트와 관계되는 일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당대에 모차르트를 홀대한 잘츠부르크를 후세에 오히려 그가 먹여 살리고
있으니.....
장크트 볼프강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 호수는 볼프강 성인의 이름을 따서 이름지어졌는데, 모차르트의 어머니는 모차르트를 낳고
이 성인의 이름을 따라 아들의 이름을 볼프강으로 지은 것이다. 넓은 호반을 따라 자전거 길 Radweg 이 조성되어 있고 곳곳에 야영
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많아 오스트리아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
언제가 될지 나중에 다시 시간이 허락된다면, 또 다시 방문하여 차근차근히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감상해보고 싶다. 아름다운 경치가
있고 음악이 있고 물가 또한 비싸지 않은 곳이 바로 모차르트의 나라 오스트리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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