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한 가지 쓸데없는 일에 빠졌다..
지난 동안 지어서 쌓아둔 한시漢詩들을 들추다가, 문득 영시英詩로 그 느낌을 바꾸
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져, 어제 그제.. 밤에도 시간만 나면 끄적거리다가
오늘 윤곽이 잡혀 여기에 올려 본다...
아래 글은 2003년에 지은 한시와 그 노트이고, 그 아래가 이를 영시英詩로 바꾼 것
이다. 부디 웃어 넘겨 주시길...^^
* * * * * *
曉陰獨起坐 새벽에 홀로 일어나
曉冥眠覺有微聲 새벽 어두움 작은 소리에 잠에서 깨어
起坐初聞蟋蟀鳴 일어나 앉아 금년 처음 듣는 귀뚜라미 소리
瀟灑使人心氣爽 맑은 소리가 사람 마음을 상쾌하게 하며
與蟬和響到黎明 매미 소리와 어울려 날이 밝도록 울리네...
이른 새벽에 잠이 깨었습니다.
창 밖은 푸르른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집 안에서인지 창문가에서인지 아니면 아
래 풀 숲에서인지 또르릉 또르릉 맑은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 옵니다.
생각해보니 금년 들어서는 처음 듣는 귀뚜라미 소리를 이 새벽에 듣게 되는군요. 이
번 여름은 일조량도 적었고 늦더위도 없이 지나가는가 했는데.. 8월도 채 안 지난 지
금.. 새벽에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기분이란.....
열어 놓은 창으로 들어 오는 새벽 공기가 썰렁해서 왠지 좀 처량스럽기도 한 그 소리
를 듣다가, 홑이불을 끌어 당겨 다시 눈을 감고 꿈속으로 돌아가려 해 보지만..
이미 귀에 와 박힌 귀뚜라미 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점점 또렷해 지는 것 같아.. 잠은
안 오고 아예 그 소리를 더 들어 보려고 귀를 기울였더니.. 창밖 멀리 숲에서 들려 오
는 매미소리가 그 안에 같이 들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유난히 비가 많은 여름.. 밤의 푸르름이 여전한 새벽에도 울어 야 하는 매미의 절박
함을 안쓰러워 하며 새벽의 조용한 이중창을 듣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창밖을 떠다니는 빛의 분자가 조금씩 조금씩 늘어 나는 것을 느끼며,
고막을 삽상하게 긁어주는 벌레소리를 한참 듣다가 조용히 다시 얕은 꿈 속으로 들
어갑니다.... ( 2003. 8.25. )
At the dawn 새벽에
At the dawn I hear some whisper 새벽에 속삭이는 소리가 있어
That still in the dark wakes me up. 어둠 속에서 잠을 깬다.
Out above dimly shines Hesper, 창밖엔 샛별 아스라이 빛나고
Quietly in ear crickets chirrup. 조용히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린다.
Clear sounds a moment fill my chamber. 그 맑은 소리 금세 방 안에 가득.
Like sinking down to bottomless streams; 강 바닥으로 가라앉듯이;
Though already out of slumber, 잠은 이미 다 깨었건만,
I pretend these are all in dreams. 나는 이 모든 것 꿈으로 가장한다.
As scanty particles of light, 어둠 속을 조용히 떠다니던
Floating silently in the dark, 몇 안 되는 빛의 입자들이,
With sneaking signs that close the night, 밤이 끝나려는 남모를 기색에,
Start on window to leave their mark, 유리창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할 때,
Listening to the crispy trill 내 고막을 바삭바삭 긁어주는
That draws on my eardrum a scratch, 삽상한 벌레소리에,
I bend against a morning chill 아침 추위에 몸 웅크리면서
Get into shallow dreams to watch. 얕은 꿈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2011. 8. 11)
註
Hesper : 금성, 샛별
chirrup : (벌레가) 쯧쯧거리며 울다
scanty : 근소한, 얼마 안 되는
eardrum : 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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