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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초여름 (初夏)

 

양재천의 어느 아침.

 

 

토끼풀꽃, 패랭이꽃, 붓꽃이 핀 냇가,

물속에는 잉어들이 떼 지어 노닐고 있다.

 

 

예전엔 더러운 물이 흐르던 그 양재천이

이리도 맑아지다니!

마음속에서 감동이 우러나온다.

 

 

해오라기 한 마리가 물가에 서서

조용히 물을 바라보고 있다가

콕, 찍어 올려 물고기를 삼킨다.

 

 

잠시 조용하다가 다시 또 콕.

 

 

하늘은 맑은 물처럼 구름 한 점 없고

언덕 위 녹음속에선 새소리가 들려오는데

 

 

버드나무 뒤에 숨어서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오라기의 아침식사를 바라보고 있다.

 

 

Thank, God! Here I am!

 

 

워드워즈가 ‘무지개’를 짓던 마음이 이랬을까,

초여름의 아침이 황홀하다!

 

 

 

 

            初夏                   초여름

 

 

       玄間淸似水      하늘은 물처럼 맑디맑은데

       鳥語綠陰村      녹음진 마을의 새소리 들리고

       白鷺溪邊伺      냇가의 백로 가만히 엿보다가

       須臾射餌呑      재빨리 먹이를 쪼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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