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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나무

 

산에 올라가

숲을 바라보는 것은 참 좋습니다.

 

숲속에 오래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으니

나무처럼 나도 자연의 일부인가 봅니다.

 

아름드리 현사시나무,

꼭대기엔 까치집을 얹었고

땅에서는 덩굴이 따라 올라갑니다.

 

어느새 이렇게 큰 나무가 되어

묵묵히 하늘에서는 나는 것을 키우고

땅에서는 기는 것들의 손을 잡아주네요.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고 수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한 마음을 가진 사람,

유혹하지 않고 탐낼 줄도 모르는 사람,

주기만 하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고

주어진 것에 자족(自足)하는 사람,

 

나무를 보면 그런 사람이 생각납니다.

 

         頌木                        나무

 

     居木山中立      산중에 큰 나무 한 그루 있으니

     靑春幾度過      푸르른 봄을 몇 번이나 건너왔던고

     上枝擁喜鵲      윗가지엔 까치를 보듬어 주고

     低幹引蒼蘿      밑둥엔 담쟁이를 이끌어주네

     落落霜中峙      서리 내려도 우뚝 설 줄 알고

     淸淸月下歌      달밤이면 해맑은 노래를 부르네

     厭移恒自足      늘 스스로 족하여 옮김이 없이

     無眄不求他      곁눈질 않고 달리 구함이 없구나!

                                                   (201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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