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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무창포(武昌浦)

 

무창포에 도착하니

해질 무렵이었다.

 

불그스름한 해가 막

바다로 떨어지고 있는데

 

안개 속에

수평선은 보이지 않고

 

하늘과 물이

회색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있으니

 

春水船如天上坐라!

 

봄물에 배 띄우니

하늘 위에 앉은 듯하다고

 

일찌기 두보(杜甫)가 읊었고

김홍도(金弘道)가 그림으로 그렸던

천수(天水) 경계(境界) 모호(模糊)의 풍경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때는 바야흐로 봄 저녁,

낭만적인 광경에

가슴 한 쪽이 뭉클하지 않은 바는 아니나

 

이는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미세먼지 스모그 때문일지니

오호 통재(痛哉)라!

 

그래도...

 

불그스름한 해가

홍조(紅潮)의 엷은 띠를 가로(橫) 남기며

바닷물 아래로 숨고 있는 순간은

 

아름답도다!

 

 

      武昌浦                           무창포

 

浦濱落日霧中看     갯가에서 안개 속에 지는 해를 바라보니

天水交紛辨別難     하늘과 물 뒤섞이어 구분이 어렵구나

何是上天何是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는

紅潮薄帶只橫殘     붉은 빛 엷은 띠 가로 남은 곳이겠지

 

 

* 浦濱(포빈)... 갯가,  浦 개 포, 濱 물가 빈

* 交紛(교분)... 뒤섞인 모양

* 辨別(변별)... 구분하다

* 何(하)... 어찌 하, 어디, 어느 곳

* 紅潮(홍조)... 붉은 빛을 띰, 해가 비쳐 붉게 보이는 해면

* 薄帶(박대)... 엷은 띠, 薄 엷을 박, 帶 띠 대

* 只橫殘(지횡잔)... 다만 가로로 남아 있다

                           只 다만 지, 橫 가로 횡,

                           殘 남을 잔, 잔인할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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