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는 아직도
군데군데 벚꽃이 남아있다.
해 기운 저녁,
계곡을 올라오는 바람에 벚꽃 잎이 날린다.
여기는 먼지도 없고
정치인들의 탁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아
다시 세상을 사랑하고픈 마음이
목줄기를 타고 뜨겁게 올라온다.
올 봄 마지막 벚꽃,
그 꽃잎비가 전해주는 평화로움 속에
달이 떠오르고
그 그윽한 푸른 빛 속에서
나는 갑자기
어린 시절의 봄까지도 다 기억날 만큼
건강해지는 것 같다.
(2015. 4. 17.)
春宵 봄 밤
櫻花似雨亂飛零 벚꽃잎 비처럼 떨어져 날아드는
穩坐虛心一草亭 초정에 마음 비워 편안히 앉았어라
夜入美風迎上月 밤들어 바람 좋고 반가운 달 떠오르니
幽閑皎色滿中庭 그윽히 밝은 빛이 마당에 가득해라
櫻花數瓣掌中看 벚꽃잎 몇 조각을 손에 받아 바라보며
希愛人間與喜歡 인간 세상 사랑하는 기쁨 함께 하려하니
世事苦難消盡去 사는 일 힘든 고통 모두 다 사라지고
春宵淸景夢平安 이 봄 밤 맑은 정경 꿈마저 평안하네
* 春宵(춘소)... 봄 밤, 宵 밤 소,
* 櫻花(앵화)... 벚꽃
* 亂飛零(난비령)... 어지러이 날아 떨어지다, 零 떨어질 령
* 穩坐(온좌)... 평온하게 앉다, 穩 평온할 온
* 皎色(교색)...밝은 (달)빛, 皎 흴 교, 달빛 교
* 數瓣(수판)...꽃잎 몇 조각, 瓣 꽃잎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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