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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4월 (四月)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사월의 노래, 박 목월 시, 김 순애 곡 -

 

 

 

곡도 아름답지만,

박목월의 이 시(詩)에는

방랑(放浪)의 이미지가 들어 있어

젊은 가슴들을 흔든다.

 

이 노래가 탄생한 것이

한국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이니

젊은이들의 실의(失意)가 컸을 법도 하건만

후렴에 나오는 4월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돌아보면

눈물어린 정경(情景) 없는 것 아니지만

 

우리에게 다시 생명의 빛을 비추고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는 4월.

 

지난 달, 어느 미국인이 나에게

한국의 봄은 언제 시작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자동적으로 April ! 이라고 대답하였다.

봄이면 ‘4월의 노래’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까.

 

음악과 삶을 강의해 주시는

존경하는 S 선생님이 ‘사월의 노래’를

한시(漢詩)로 번역해 보라고 숙제를 주셔서

 

힘들여 완성해 보았지만

대시인의 시(詩)에

누(累)가 되진 않았을까 조심스럽다.

 

 

        四月                                4월

 

長長書簡木蓮陰      목련꽃 그늘 아래 긴긴 편지를 쓰고

一嘯雲峰慕友心      벗 그리워 뭉게구름 보며 휘파람 부네

千里遠來如夢裏      천리 먼 길 떠나온 일 꿈 속 같아서

上船小港午鐘沈      낮은 종소리 대낮 항구에서 배에 오르네

 

喜迎四月若期回      약속처럼 돌아온 4월 반가이 맞으니

滿地明澄淑氣催      온천지 맑고 밝아 화창함 가득하고

芳信襟懷新好夢      꽃소식에 마음속엔 새 꿈을 품으니

虹霓淚彩眼前開      눈물 어린 무지개 눈앞에 펼쳐지네

 

 

* 書簡(서간)... 편지, 편지를 쓰다,  書 쓸 서, 簡 편지 간

* 木蓮陰(목련음)... 목련꽃 그늘,  陰 그늘 음

* 一嘯(일소)...휘파람을 (한번 )불다 , 嘯 휘파람 (불) 소,

* 雲峰(운봉)... 산봉우리처럼 피어나는 구름 

 

* 若期回(약기회)... 약속처럼 돌아오다, 若 같을 약, 期 약속 기,

* 淑氣(숙기)... 봄의 맑은 기운.

* 芳信(방신)...꽃소식, 芳 꽃다울 방

* 襟懷(금회)... 마음에 품다, 襟 가슴 금, 懷 품을 회

* 虹霓(홍예)... 무지개, 虹 무지개 홍, 霓 무지개 예

* 淚彩(루채)... 淚 눈물 루, 彩 아름다운 빛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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