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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백림(柏林, 잣나무 숲)

일요일 아침 혼자 숲에 있었다.

 

아무도 없는 숲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가 맑게 울린다

두 곳에서 서로 화답이나 하듯이.

 

5만 그루의 잣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일찍 일어나 한 시간 넘게

차로 달려온 몸을 개운하게 해준다.

 

정신도 맑아져

서너 살 때의 일까지도 다 기억날 것 같다.

그때도 내가 이런 숲에 있었을까.

 

일생 처음 보는 기묘한 새가

내 앞에서 날다 앉았다 하며 떠나지 않는다.

까닭없이 행복해지는 마음.

 

오솔길에 다람쥐 또 다람쥐.

녀석들이 먹고 버린

잣 솔방울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그 또한 숲의 일부다.

 

골짜기에서 푸른 산안개 피어나고

맑은 하늘에 기러기 몇 마리 날아간다.

 

올해도 이제 저물어 가는데

웬일인지 그리운 친구들

오랫동안 소식이 뜸하고

 

한 바탕 세찬 바람 불어와 

노란 잎들만 우수수 떨어진다.

 

숲에서 나는 홀로 황홀하다가

다시 고독해진다.

 

 

    柏林(백림)                  잣나무 숲

 

早旦深林啄木聲      이른 아침 깊은 숲 딱따구리 쪼는 소리

紅黃楓色透衣淸      울긋불긋 단풍 색 옷에 맑게 스며드네

柏株栗鼠玩松子      나무 밑둥 다람쥐 잣 열매 갖고 놀고

窈窕翠烟沿壑生      그윽한 푸른 안개 골 따라 일어나네                                    

 

擧首晴天見數鴻      고개 드니 갠 하늘에 기러기 날아가고

光陰冉冉歲將窮      세월은 잘도 흘러 올해도 다 가는데

終無故友江南信      강남의 오랜 친구는 소식 하나 없고

木落瀟瀟一厲風      한 바탕 거센 바람에 우수수 낙엽지네

 

 

* 早旦(조단)... 이른 아침,  早 이를 조, 旦 아침 단

* 啄木(탁목)... 딱따구리,  啄 쪼을 탁

* 透衣淸(투의청)... 옷에 맑게 스며들다. 透 통할 투

* 柏株(백주)... 잣나무 밑둥, 柏 잣나무 백, 株 그루 주

* 栗鼠(율서)... 다람쥐, 栗 밤 율,  鼠 쥐 서

* 玩松子(완송자)... 잣열매 갖고 놀다. 玩 놀 완, 松子 솔방울, 잣열매

* 窈窕(요조)... 산수(山水)가 그윽한 모양

* 翠烟(취연)... 푸른 안개. 翠 푸를 취, 烟 연기 연

* 沿壑生(연학생)... 골따라 일어나다. 沿 따를 연, 壑 골짜기 학

 

* 光陰(광음)... 세월

* 冉冉(염염)... 세월이 흐르는 모양

* 歲將窮(세장궁)... 한 해가 다 하려는데. 歲 해 새, 將 ~하려하다,

                        窮  다할 궁

* 故友(고우)... 오래된 친구

* 木落(목락)... 낙엽이 지다

* 瀟瀟(소소)...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

* 一厲風(일려풍)... 한 줄기 사나운 바람. 厲 사나울 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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