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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낚시 (釣魚)

나이 들어서

친구 덕분에 낚시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막연히

물을 찾아가 편한 자리에 앉아서

낚시 바늘에 미끼를 달아 드리우면

그저 고기가 무는 줄 알았었다. 어리석을 진저!

 

장소와 어종(魚種)과 미끼에 따라서

낚시에도 다양한 기술과 장비와

심지어는 철학까지도 필요하다는 사실에,

 

이제까지

알지도 못하고 마구 덤비던

우매(愚昧)함에 대한 반성마저도 마음속에 일게 되었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은 없도다!

 

보이지 않는

물속의 생명들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태적인 습성과 계절에 따른 변화,

낚싯대를 조정 설치하는 과학적인 프로세스와

기구들을 잘 알아야 하고

선배들의 풍성한 경험담도 큰 도움이 된다.

 

잡은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 하는

신사도(紳士道)의 철학은 물론,

환경을 더럽히지 않고 보존하려는 의지

역시 낚시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오래 낚시를 한 경력이 있는 친구가

낚시터에 도착하여 낚시할 곳을 정찰하는 모습은

마치 손목의 맥을 짚어 몸속의 상태를 알아내는

한의사의 그것과도 닮아 보인다.

 

낚시도 도가 트면 다 안단다.

 

물의 색깔과 물결, 수초와 바람과 날씨만으로도 감이 오고

앉아서 몇 번 줄을 던져 보면 물 밑이 다 보인단다.

 

물밑 바닥의 골진 부분을 따라 고기가 다니는 길을 골라

그곳 한 곳에 계속 낚시 바늘을 던져야 한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잡은 후

나중에 필요치 않은 고기들은 순순히 놓아줄 일.

 

고기를 놓아줄 때,

다시 물을 만난 고기가, 이게 웬 일인가,

때를 얻은 듯 반가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기쁨을 준다.

 

나날이 오염되어가는 지구에 사는 우리도

물속의 저 고기들과 무엇이 다르랴.

 

魚隊屯居若欲追    고기들 모이는 곳 찾고 싶다면

地形水草必先窺    지형과 물풀들을 미리 살펴야 하고

數次測深度    낚싯대 몇 번 던져 깊이를 재고난 후

垂餌待魚來動絲    미끼 달아 내리고 입질 오길 기다릴 일

 

魚類生來預熟知    물고기의 습성을 우선 잘 익혀서

設竿浮子亦之隨    낚싯대와 찌 조절도 그에 맞춰 설치하며

收魚絶勿殘扱    잡은 고기 절대로 잔인하게 다루지 말고 

水質維持勉勵宜    수질의 보존에도 힘써야 마땅하리

 

 

* 魚隊(어대)... 물고기 떼

* 屯居(둔거)... 모이는 곳,  屯 진 칠 둔,  居 살 거

* 若欲追(약욕추)... 뒤쫓고 싶다면, 若 만약~라면, 欲 바랄 욕,

                           追 뒤쫓을 추

* 必先窺(필선규)... 필히 미리 살피다,  窺 살필 규, 엿볼 규

* 投鉤(투구)... 낚시 바늘을 던지다,  鉤 갈고리 구, 낚시바늘

* 垂餌(수이)... 미끼를 드리우다, 垂 드리울 수, 餌 미끼 이,

* 待魚(대어)... 고기를 기다리다,  待 기다릴 대

* 來動絲(래동사)... 와서 줄을 건드리다, 입질하다, 動 움직일 동,

                           絲 실 사, 낚싯줄 

* 生來(생래)... 타고난 성질

* 預熟知(예숙지)...미리 잘 알다,  預 미리 예, 熟 익을 숙, 知 알 지

* 設竿(설간)... 낚싯대를 설치하다, 設 베풀 설,  竿 장대 간

* 浮子(부자)... 낚시 찌, 浮 뜰 부

* 亦之隨(역지수)... 역시 그것을 따르다,  之 그것 지,  隨 따를 수

* 絶勿 (절물)... 절대로 ~하지 말다,  勿 말 물

* 殘傷扱(잔상급)... 잔인하게 다루다,  殘 잔인할 잔, 傷 상할 상,

                           扱 거두어 가질 급

* 維持(유지)... 유지하다, 보존하다

* 勉勵宜(면려의)... 열심히 노력해야 마땅하다, 勉 힘 쓸 면, 勵 힘쓸 려

                           宜 마땅할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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