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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팔월

팔월의 마지막 날,

벼르던 주봉(住鳳)저수지를 찾았다.

 

이곳은 반 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유난히도 비(雨)가 많은 올 여름,

구름 없이 맑은 날씨가 너무도 반가워,

 

물이 불어 수초(水草)가 무성한 호반(湖畔)

적당한 곳을 찾아 낚싯대를 걸었다.

 

넣자마자 매우 큼직한 녀석이 물어,

바늘을 부러뜨리고 탈출한 이후

 

사람 마음만 부추겨놓고

왜 그리도 입질이 없는지

긴 여름 낮을 그냥 보내면서

 

푸른 병풍 같은 산들이

벽수(碧水) 위에 그리는 그림만 실컷 바라보았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에서처럼

내 눈도 파란 물이 들었을 것 같다.

 

 

 

潢池住鳳水風凉   주봉저수지에 서늘한 바람 불어

閑坐垂竿夏午長   낚싯대 드리우니 여름 낮은 길기만 한데

動餌無魚斜日影   고기는 입질 없이 해 그림자 뉘엿뉘엿

釣捲一飮臥村莊   낚시 걷고 술 한잔에 시골집에 누웠어라

 

 

밤이 되자

새소리는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무성한 수초와 풀숲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하늘까지 울려 퍼진다.

 

오랫동안 또 잊고 있었던,

엄청난 별들이 뿌려져 있는 밤하늘.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아, 오리온, 사수, 고니....

 

저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건만

나는 긴긴 날 고개를 숙이고

어디서 무엇을 찾아다니고 있었던가.

 

선뜻선뜻 느껴지는 한 밤의 서늘한 기운에

왠지 길 잃은 나를 보는 듯한 수심(愁心)이 솟는다.

 

추석이 열흘도 안 남았으니

이제 올 더위도 다 지나가는구나....

 

 

夜來銀漢暗霄流   밤 되니 어두운 하늘에 은하수 흐르고

蟋蟀雷鳴野水頭   풀벌레 울음소리 물가에 가득하네

朝夕露凝秋已近   아침 저녁 이슬 맺혀 가을 가까웠으니

炎天不過一旬留   더운 날도 이제 기껏 열흘 정도 남았어라]

 

* 潢池(황지)...저수지

* 住鳳(주봉)... 충북 음성군 주봉저수지

* 垂竿(수간)... 낚싯대를 드리우다, 垂 드리울 수, 竿 장대 간

* 動餌(동이)... 미끼를 건드리다, 입질하다,  動 움직일 동, 餌 미끼 이

* 釣捲(조권)... 낚시를 걷다, 釣 낚시 조, 捲 걷을 권, 말 권

* 臥村莊(와촌장)... 시골의 별장, 시골집, 臥 누울 와

 

* 銀漢(은한)...은하수

* 暗霄流(암소류)... 어두운 하늘에 흐르다,  霄 하늘 소

* 蟋蟀(실솔)... 귀뚜라미

* 露凝(로응)... 이슬이 맺히다, 露 이슬 로, 凝 엉길 응

* 炎天(염천)... 더운 날씨

* 一旬留(일순류)... 열흘 남아 있다, 旬 열흘 순, 留 남을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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