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구름이 어두워지더니
밤들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창문을 제법 거세게 때린다.
후드득 딱딱
유리창엔 요란한 소리가 가득한데
마음은 오히려 평온하게 가라앉는다.
이 봄은 얼마나 잔인했던가.
있을 수 없는 탐욕으로 인해
피지도 못한
삼백여 꽃다운 생명들이 스러져갔고
나라 전체가 두터운 우울(憂鬱)에 눌려
하루도 마음 가벼운 날이 없었다.
오늘밤
이 비가 더욱 거세게 내려
우리의 이 우울도 씻어주고
늘 도시를 덮고 있는 뿌연 스모그마저도
깨끗하게 씻어주었으면...
빗소리는 계속 유리창을 때리고
펼쳐 읽는
도잠(陶潛)선생의 귀거래사(歸去來辭)처럼
걱정 없고 해맑은 전원(田園)이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夜雨 밤비
夜雨涔涔厲 밤비가 제법 사납게 내리며
窓喧剝啄聲 창문 두드리는 소리 요란하건만
燈前猶靜穩 등불 앞에 마음은 오히려 평온해
起坐讀淵明 일어나 앉아 도연명을 읽는다
柳居歸來意 전원으로 돌아가려는 뜻
余懷寤寐間 자나 깨나 내 마음 속에도 있어
囂塵天色濁 도시의 하늘빛 탁하다 해도
夢每見靑山 꿈마다 늘 푸른 산을 보네
* 涔涔(잠잠) : 비가 많이 오는 모양
* 厲(려) : 사나울 려
* 窓喧(창훤) : 창문이 시끄럽다, 喧 : 떠들썩할 훤
* 剝啄聲(박탁성) : 두드리는 소리
* 靜穩(정온) :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함
* 淵明(연명) : 동진의 시인 도연명
* 柳居(류거) : 버드나무 있는 집, 도연명은 고향집에
버드나무 5그루를 심었다하여 오류(五柳)
선생이라는 별호로 불린다.
* 寤寐間(오매간) : 자나 깨나, 寤 : 깰 오, 寐 : 잠잘 매
* 囂塵(효진) : 시끄러운 저자 거리, 囂 : 떠들썩할 효,
塵 : 티끌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