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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회고 (回顧)

세상의

많은 일들이

기쁘고 슬프게 하였으나


이미

예순일곱의

춘추를 보았네


또 한 번의

낙엽은

거리를 휩쓸고


세상에

더 남으면

시비나 가리겠지.....




벗이 내게 써 보낸 가을 시이다.


울긋불긋하던 가을 나무들이

모두다 옷을 벗으며


남은 잎새들마저 탈탈 털어내

발밑에 수북하게 밀려다니면


누구나 멜랑콜리한

기분에 잠기기 마련이다.


벗의 나이는 나와 같은 67세.


훌륭한 의사로,

수준 높은 연주가이며

화가, 저술가로서도

이름이 알려진 분의 시답지 않게


후반부의 내용이

그 분과 걸맞지 않고


내 마음에도 걸리는 것이 있어

다음과 같이 고쳐보았다.


크게 본다면 벗의 마음도

내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번잡한 도심지에서 활동하며 

나이 들어버린 우리의 로망은


언제나,

굴레에서 벗어난

한가로운 시골 생활일 테니...



   回顧                 회고


經營伴樂愁    세상살이 즐거움과 괴로움으로

六十七春秋    육십하고 칠 년을 지나오면서

俗累南柯夢    덧없는 남쪽 가지 꿈에 얽매여

徒勞負約鷗    헛되이 강호의 꿈 저버렸도다


* 經營경영... 사업을 관리 운영함, 여기서는

  세상살이를 말함. 伴짝 반, 짝하다.

  俗累속루...세상살이에 얽매인 너저분한 일,

* 南柯夢남가몽... 남쪽으로 뻗은 느티나무 가지

  아래에서 잠이 들어 괴안국(槐安國)에 초청을

  받아 20년 동안 부귀영화를 누리는 꿈을 꾸다가

  한 순간에 깨었다는 이야기,

* 徒勞도로...헛되이, 負저버릴 부,

* 約鷗약구...갈매기와의 약속, 속세를 떠나 자연을

  즐기며 살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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