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도도한 본류를 이루고 나서
광주(廣州)를 지나 올라오는
경안천(京安川)과 합치려고
힘껏 한 번 용틀임을 하면서
이루어진 물이 팔당호(八堂湖)이다.
연암(燕巖)선생이
배로 떠나는 누이의 상여를
배웅한 곳도 이곳이다.
또한 다산(茶山)선생이
터를 잡은 이곳으로
추사(秋史)선생도 말년에
그 아들들을 만나러 과천에서
뱃길을 따라 올라오곤 하였다.
곳곳에 물굽이요,
첩첩 산 그림자다.
이곳에서 선친(先親)과 함께
낚싯대를 드리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가 벌써 40년이 넘었다!
다시 올 수 없는 그리운 시간이여!
떠오른 달은
은색(銀色) 실을 풀어놓은 듯
반짝이며 강을 비추고
해가 지면 기다렸다는 듯
풀벌레 소리가 요란해진다.
따르릇 또릇또릇..
고막을 삽상하게 긁어주는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八堂 팔당
月照茫茫水 월조망망수
銀絲十里湖 은사십리호
星流山影疊 성류산영첩
身在夢中圖 신재몽중도
달이 떠올라 드넓은 물을 비추니
십리 호수에 은실이 넘실대고,
별은 흐르고 산 그림자 겹쳐오니
꿈속의 그림 안에 서있는 듯하네.
喞喞曲江渚 즉즉곡강저
蟲聲心氣新 충성심기신
慕回兹昔日 모회자석일
垂釣與先親 수조여선친
구비진 강가에서 찌르륵 찌르륵
벌레소리 들으니 마음이 새로워,
지난날 그리워라 바로 이곳에서
선친과 함께 낚싯대 드리우던 때.
* 茫茫망망...넓고 넓은, 疊겹쳐질 첩,
喞喞즉즉...벌레 우는 소리,
慕그리워할 모, 兹이 자, 이곳 자,
昔日석일...옛날, 지난 날,
垂釣수조...낚싯대를 드리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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