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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반 고흐

  보랏빛 안개 속의 소용돌이치는 구름들이 빈센트의 푸른 눈에 비치고 있다.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그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가 천사였기 때문이었까. 

천사는 돈벌이에도 사랑에도 모두 서툴러서 실패만 거듭하느라 주위 사람들

에겐 오직 골치 덩어리 인간이었다. 그러나 천사는 자기에게 보이는 이 아름

다운 세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림을 그려

놓고, 서둘러 사람들 곁을 떠나갔다. 10년간 천 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으니, 

대충 잡아도 2~3일에 한 점씩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그가 그렸던 아를(Arles)의 <밤의 카페>는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

다. 두 달을 머물던 고갱이 갈등 끝에 싸우고 떠나자,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

고 나서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병원 건물이 지금은 ‘반 고흐 번역센터’가 되었

고, 아름다운 이곳의 정원은 오늘도 그를 사랑하는 순례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가 여러 차례 그린 <랑글루아Langlois 다리>는 비교적 한가한 론(Rhone)

강의 운하에 재현되어 있는데, 한적하게 내려 쪼이는 햇빛 속에서 여행자 하나

가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고흐에 대한 책을 두 권이나 

짐에 넣고 갔지만, 그 여행자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는 책에 집중하고 있었지

만, 고흐를 따뜻이 보듬고 위로해 주었을 아를의 그 햇빛을 더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를에서 차로 40분 정도를 더 달려, 고흐가 입원했던 쌩 레미 정신병원을 

찾았다. 이 오래된 수도원 건물의 입구에 그의 동상이 있었다. 허름한 옷, 구부

정하고 마른 몸집으로 해바라기를 여러 송이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를에 화

가들의 <남부 스튜디오>를 구성하려고 고갱을 기다리며 ‘노란 방’을 해바라기

로 치장하던 고흐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2층에는 그가 머물던 그의 작은 방이 있었다. 철창 밖 눈 아래에는 라벤더 

밭이었고 멀리 들판과 산이 보였다. 천사는 오래 전에 떠났고, 그의 아픈 이야

기와 그림들만 남았다. 그리고 당시에도 향기로웠을 라벤더 밭으로 밝은 햇빛

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梵高                                             반 고흐


無心看看平凡景  무심간간평범경   무심코 보아 넘기는 평범한 풍경들이

子眼映成眞絕倫  자안영성진절륜   그대 눈에 비치면 절륜한 모습이 되네

觀畫解捫今世苦  관화해문금세고   그림이 세상 고통 어루만져 풀어주니

丁寧羽匿謫仙人  정녕우익적선인   그대는 정녕 날개를 감춘 천사였구나


愛情活計不和世  애정활계불화세   사랑도 생업도 세상과는 안 맞았지만

憐憫他人貪苦先  연민타인빈고선   그대는 남의 고통 가난을 더 아파했네

舊趾薰衣香滿氣  구지훈의향만기   옛터에 라벤더 향 가득히 풍겨오는데 

心悲淚滴想君年  심비루적상군년   그대 일생 생각하니 슬픈 눈물 떨어지네


*  絕倫...매우 두드러지게 뛰어나다,    解捫...풀어주고 어루만져주다, 

   羽깃 우, 匿감출 닉(익), 薰衣草훈의초...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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