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시(漢詩)의 맛과 멋

병중 (病中)

주말을 잘 보내고

일요일 밤 잠들기 전에

 

갑자기 상복부 통증이 오는데

보통의 소화불량과는 정도가 다르다.

 

급히 응급실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했더니

급성 담낭염(膽囊炎)이라 ㅠ

 

오래 전부터 내 담낭에

작은 돌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결국 느즈막히 사단(事端)을 일으킨 것이다.

 

수술을 받고 잘 회복되었지만

친구는 쓸개없는 놈이라고 놀린다.

 

그렇군.

 

병실에서의 하루는

지리하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한다.

 

낮에도 잠이 오는가 하면

한 밤중에도 눈을 뜨고 이 생각 저 생각

 

고열(高熱)과 복통으로

죽을 병인가 겁도 났지만

 

내 몸이 휴식이 좀 필요하다고

지르는 소리가 얼핏 들린 것 같다.

 

통이 트나 해서 창을 바라보면

아직도 아니고

또 보면 아직도 아니고..

 

어느새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버릇대로 침대 왼쪽을 살피면

아내도 없고 흰 시트만 차갑다.

 

아참, 여긴 집이 아니고 병실이지..    

하며 다시 잠으로 빠져 든다.

 

         病中                      병중

 

休日俄然生腹痛    휴일아연생복통   

此身有急膽囊炎    차신유급담낭염   

何爲險世無囊者    하위험세무낭자   

病裏焦心瘦骨霑    병리초심수골점   

 

휴일 밤에 갑자기 복통이 일어나서

병원으로 급히 가니 급성담낭염이라

이제부터 쓸개없는 사람이 되는구나

병든 몸 뼈골 속에 근심이 젖어오네

 

自嘲從今無膽者    자조종금무담자   

朋言他健卌無春    붕언타건입무춘   

何由世上天倫廢    하유세상천륜폐   

調鼎多多惡膽人    조정다다악담인

  

이제 쓸개없는 놈이 되었네 말했더니

벗도 쓸개 떼어내고 40년 건강하다며

 세상 천륜이 이리도 망가진 것은

쓸개 나쁜 자들의 정치 때문이라 하네

 

此夜何以長厭倦    차야하이장염권   

疑看天曙又疑看    의간천서우의간   

初晨察側向妻習    초신찰측향처습   

獨臥病床俄覺歎    독와병상아각탄   

 

이 밤은 왜 이리 길고 또 지리한가

날 새나 하면 아니고 또 보면 아니고

새벽 버릇대로 아내 찾아 옆을 보니

나홀로 병상에 있음을 알고 탄식하네

                                   (202111)

 

* 俄然아연갑자기,  霑젖을 점,  

  卌無春입무춘…(담낭)없는 40,

  卌사십 입,  調鼎조정솥에 국을 끓이며

  맛을 조절한다는 뜻에서 나랏일을 맡아

  봄을 말함.  

  曙동틀 서, 察側찰측옆을 살피다.

'한시(漢詩)의 맛과 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튜브  (0) 2022.06.19
병실 ( 病室 )  (0) 2022.06.18
거제도 (巨濟島)  (0) 2022.05.23
모춘 (暮春)  (0) 2022.05.11
상신(傷神)  (0) 202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