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파 응급실에 와
갑자기 입원하려니
병실이 없어서 대기하다가
급한대로 다인실로 올라왔다.
소아과 병실에선
돐도 안된 어린 것들이
계속 엄마 엄마 울고 있으니
나도 어린 손자생각에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집에서 엄마 품에서 편히 크다가
옴치고 뛸 수도 없는 좁은 병실에서
얼마나 힘이 들면 목이 쉬도록 울까.
내가 있는 내과 병실에선
꼬부라진 하얀 할아버지 둘이
이거 해달라고
또 저거 해달라고 마구 소리친다.
어떤 땐 멀쩡하다가도
또 어떤 땐 치매같기도 하고.
장년의 남자 하나가
어디가 아픈지 새로 들어와
아내에게 말할 때마다
신경질을 부린다.
자기가 아파서
아내도 함께 고생을 하는 것인데
왜 저리 아내에게
화만 내며 매몰차게 몰아대는지.
내 옆에는,
병든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시골에서 올라와
자기의 불편함은 다 잊은 채
정성을 다해 돌보는 나이든 딸이
하루의 일과가 거의 끝나가는 늦저녁에
시골집의 자신의 중학생 딸에게 전화를 걸어
참외밭 웃자란 줄기는 잘라주고
하루 한 번씩 물을 꼭 주라고
낮게 속삭이며 일러주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보니 오랜 가뭄이다.
참외밭도 사람도 모두 단비가 그리워서
소아과 아기들의 애절한 우는 소리도
꼬부라진 늙은이의 시끄러운 소란도
자기를 좀 봐달라고
심신의 아픔을 알리는
애타는 호소인 것은 똑같지만
젊어 잘 나가던 때의
절도(節度)와 센스는 다 어디로 갔는지
몸의 고통만으로 소리치며
아침부터 한밤중까지도
간병하는 사람만 들볶으면서....
병실은,
또 하루의 그 고단한 커튼을 내린다.
病室 병실
多人一室病床軀 다인일실병상구
到處呻吟造物呼 도처신음조물호
撫腹三更難入夢 무복삼경난입몽
長吁夜暗可憐夫 장우야암가련부
한 방에 여러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서
여기저기 신음소리 내면서 주님을 찾네
아픈 배 쓰다듬으며 삼경에도 잠 못 들어
어둠속에 길게 탄식하는 가련한 이 몸이여
※ 軀몸 구, 造物...하느님, 조물주, 呼부를 호,
撫어루만질 무, 吁탄식할 우, 한탄할 우,
夜暗야암...밤의 어두움
※ 7개월 전에 담석(膽石)으로 인한 담낭염
진단하에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돌이 남았는지 또 생겼는지, 갑자기 배가
아파 입원하였으나, 닷새에 걸친 여러 검사와
약물치료만으로도 호전이 되어,
모레 퇴원하라 하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병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건강을 주소서 !
병상에서 쓰다(2022.6.18)
한시(漢詩)의 맛과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