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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붕거 (朋居)

연휴에 모처럼 시간을 내서

세 친구가 모이는 기회가 왔다.

 

분당 J의 집 근방에

복어 수육을 잘 하는 집이 있어

 

소줏잔이 오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서울이나 똑같아서 넓직한 거리에

깨끗한 건물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오히려 서울보다 적으니

한가하고 말끔한 도시미(都市美)가 있다.

 

대나무를 많이 심어

바람에 서걱거리는

그 이파리의 모습만으로도

 

이런 곳에 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그 곳 !

 

백화점 앞길에 예쁜 카페가 있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셋의 공동 관심사인 한시(漢詩)도 읊고

훌륭한 맛의 디저트와 차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친구는

누추한 먼 곳까지 불러

미안하다는 말을 올린 게 아닌가.

 

저런.. 겸손이 지나치시군! 하며

당장 율시(律詩) 한 수를 지어 보냈다.

 

     朋居                  붕거

 

君居莫說遐     군거막설하

正好水邊家     정호수변가

綠竹金風淅     녹죽금풍석

靑苔玉露華     청태옥로화

孤鴻飛索伴     고홍비색반

白鷺伺窺鰕     백로사규하

晩夕窓望坐     만석창망좌

祥雲帶綺霞     상운대기하

                     

   친구의 집 

 

그대 집 멀다 겸손해 하지마오.

물가에 가까운 집 정말 좋다오.

푸른 댓잎 갈바람에 서걱거리고

파란 이끼 이슬 맺혀 반짝인다오.

외론 기러기 짝 찾아서 날아가면

백로 한 마리 물가에 새우 엿보고

저녁녘 창 밖을 내다보고 앉으면

꽃구름이 비단노을 빛을 띠네요.

                             (2022, 9)

 

* 莫說遐멀다고 말하지 마오.

  莫막, ~하지 말다,  遐멀 하,

  淅석바람에 서걱이는 소리,

  索찾을 색,

  伺窺사규하…새우를 엿보다,

  伺엿볼 사,  窺엿볼 규, 鰕새우 하,

  祥雲상운, 상서로운 구름, 꽃구름

  綺霞기하비단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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