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이야기를
한 번 한 적이 있다.
예부터 쌀밥을
이밥이라고 말하는데
봄이면 꼭 흰 쌀이
수북히 열린 것 같은 꽃을 피우니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또는 입하(立夏)때
가장 풍성하게 핀다고 하여
이팝나무라고 했다는 설도 있고.
하여간 오늘 점심에 나가보니
앙상하게 조락한 이팝나무의
껍질이 마치 허물을 벗은 듯
헐렁한 옷처럼 되어 줄기를 감싸고 있다.
이제 추워지는 날씨를 견디고
내년 봄까지 살아남았다가 다시
화려한 쌀밥꽃을 피우려는 것이겠지.
자작나무만 껍질을 벗는 줄 알았더니
이팝나무도
껍질을 벗어 줄기를 싸고 있구나.
언주로에 가로수로서
주욱 심어져 있는 이팝나무여,
내년 봄에도 내 출근 길 두어달 동안
그 화사한 모습 보여주길 기대한다.
流蘇樹 유소수
春放豊年白米花 춘방풍년백미화
九秋憔悴失繁華 구추초췌실번화
凄凉苦待來三月 처량고대래삼월
日暮垂枝噪晩鴉 일모수지조만아
이팝나무
봄에는 풍년 만난 듯 흰 쌀꽃을 피우더니
가을 깊어 초췌한 모습 번화함을 잃었네
내년 봄을 기다리는 처량한 이팝나무
해질녘 늘어진 가지에 갈가마귀 시끄럽네
※ 憔悴...수척하게 여윈 모습
繁華...무성하게 아름다운 꽃이 핌
等待...기다리다
噪...시끄러울 조, 새가 시끄럽게 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