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의 몇 곡을 듣다가 감명 받은 바가 있어,
뮐러의 시(詩)인 가사를 찾아보았고.. 나도 몰래
무엇엔가 이끌리듯이
홍수(넘쳐흐르는 눈물)를
골랐습니다.
Wasserflut
Manche Tran' aus meinen
Augen
Ist gefallen in den
Schnee;
Seine kalten Flocken
saugen
Durstig ein das heisse
Weh.
Wenn die Graser sprossen
wollen
Weht daher ein lauer
Wind,
Und das Eis zerspringt in
Schollen
Und der weiche Schnee
zerrinnt.
Schnee, du weisst von meinem Sehnen,
Sag', wohin doch geht dein
Lauf?
Folge nach nur meinen
Tranen,
Nimmt dich bald das Bachlein
auf.
Wirst mit ihm die Stadt
durchziehen,
Munt're Strassen ein und
aus;
Fuhlst du meine Tranen
gluehen,
Da ist meiner Liebsten
Haus.
<많은 눈물 내 눈에서 눈(雪) 위로
떨어지니
눈은 주린 듯 내 뜨거운 탄식을
빨아들이고
새싹이 움트고 다사로운 봄바람이 불면
얼음도 녹고 눈 또한 녹아 없어지리니
내
그리움을 아는 눈아 너는 녹아서 어디로 가느냐
어서 내 눈물과 함께 가서 시냇물로
들어가렴
흘러 흘러 도시를 만나 번화한 거리를 이리저리 지날
때
내 눈물이 반짝 빛나는 그곳이 내 사랑의
집이어니...>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눈 덮힌 벌판을 헤메는 겨울 나그네.. 고향 도
시
그녀의 집에는 새신부로서 행복을 꿈꾸는 화사한 웃음이 가득한데..
차라리 그곳에서 사랑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그러나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는 열망과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눈(雪)아! 네가 녹아서 내 눈물과 함께 흘러 시냇물로 나가 작은
강이
되어 고향 도시를 흐를 때.. 함께 간 내 눈물이 반짝이는 순간 그 근처
가 내가 이토록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이의
집이란다...
작은 강이 흐르는 유럽의 도시가 떠오릅니다. 그 속엔 숭어가 노닐기
도 하겠고.. 성문(城門)
앞에는 늘 찾아가 그 아래 쉬곤 하던 보리수나
무도 서 있는....
너무도 유명한 이 노래는 학교 시절 음악
시간에 따라 부르던 기억으
로 낯설지가 않지만, 가사가 뮐러의 시(詩)인 줄은 이번에 알았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운률이 완벽하고
시(詩)가 그리는 정경(情景)을 떠올리기
가 어렵지 않습니다.
매우 오랜만에 접해보는 독일어 시... 시가 좋으면
그 언어도 멋있어
보이기 마련이지요. 시인들이란 자국민의 양식이 될 모국어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농부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서 생각하며 흘린 눈물을 강물에 보태어 흘려보
내 그리운 곳에 이르게 한다는
표현은 한시(漢詩)에서도 만날 수 있습
니다.
잠삼(岑參)이라는 당(唐) 시인이 쓴 고향 그리는 시를
한 편
보겠습니다.
渭水東流去
(위수동류거)
何時到雍州
(하시도옹주)
憑添兩行淚
(빙첨양항루)
寄向古園流
(기향고원류)
위수는 동쪽으로
흘러가
언제나 옹주에
이를까
두 줄기 눈물 흘려
보태니
물을 따라 고향으로 가리라
위수(渭水)는 중국 감숙성에서 발원하여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長安)
을 지나 황하로
흘러 들어가는 황하 최대의 지류이고, 옹주는 장안을 지칭
하는 지명입니다.
안록산의 난(AD 755)으로 장안이
함락되자 잠삼은 서쪽으로 멀리 종군하며
여러 해 동안 나라를 걱정하고 고향을 그리워했습니다.
몸은 멀리 서쪽으로
난리를 피해 와 있지만, 가고픈 고향 보고픈 가족과
친지들은 어찌 되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난리 통에 죽어 가고 있는데,
무사하기나 한지... 생각할수록 가슴을 졸이고 그리움이 사무쳐 눈물이 앞
을 가립니다.
유유히 흐르는 저
강은 동쪽으로 흘러 흘러 그리운 장안을 지나 가겠지...
나의 이 애통한 눈물을 저 강물에 실어 강을 따라 내 눈물이라도 그리운
고향에 가게 하였으면...
그리움에 흘리는 눈물, 멀리 떨어진 두 공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물(媒介
物)로서의 강(江)의 존재는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강은 변함없이 그곳에
있지만 물은 늘 흘러 그리움의 눈물을
전합니다.
쓰인 시기도 다른 동 서양의 두 시(詩)에 보이는 시상(詩想)이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
괴테의 말처럼 그리움은 항상 괴로움을 동반하는 것... 눈물과 강과 그
리움... 사랑의
심사(心事)는 동서의 그리고 고금의 차이도 없나 봅니다...
( 2003. 1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