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병원에 나가서 치료해 드릴 분들을 보아 드리고 집으로 들어 오는데..
설날 아침 거리는 한산하기가 일년 중 제일인 것 같군요. 아침 10시..
집집마다 차례를 지내고 상 앞에 모여 앉을 시간.. 거리엔 사람도 차도
없어서.. 이것이 과연 서울의 거리인가 싶기도 합니다.
늘 정신없이 부대끼는 사람과 차의 소음이 뒤엉키던 서울
거리가 이렇
게도 한가하게 텅 빈 모습을 보니..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오
늘이 귀한 날임을 알게 됩니다.
이번 눈(雪)으로 금년 처음 뽀드득 소리를 즐기며 걸어 들어와 집 문 열
쇠를 돌립니다. 훈훈하지만 텅 빈 집... 아내는 두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
미국의 처제 집으로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걸어 놓고, 냉장고를 열어 아내가 만들어
놓고 간 국물을 꺼내 반을 덜어 가스에 올려 놓고.. 떡국 썰은 것을 물에
씻어 끓는 국물에 넣은 후, 미리 알아둔 위치에 있던 반찬들을 꺼내 놓았
습니다.
난생 처음 끓여 보는 떡국.. 그러나 국물을 미리 잡아 놓았기 때문에 그
야말로 누워서 떡국 먹기로 끓여 놓으니.. 맛이 괜찮구만요..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서 가끔씩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빈 그릇을 담가 놓고 배 반쪽을 깎아 먹은 후
컴에 앉으니, 협주곡이 끝
나고 교향곡 4번 이탈리아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가 웅장하게 새해를 맞는
기분을 돋우어 줍니다.
오늘부터 싫어도 또 한 살을 먹어여 하는군요... 어느새.. 많이도 달려 왔
네.. 처음으로 나이를 혼자서 먹어 보는 기분이.. 허허롭고 그저.. 괜찮습니
다.. 혼자 있을수록 나 자신을 돌아 보기가 좀 수월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내가 행한 일들이 더
선명히 내 눈에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여행
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가족을 위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금년을 값지게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
어 보며.. 여러분들의 가정에도 행복이 깃들기를 빌어 봅니다. (200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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