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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어린이날 (兒童節)

오늘은 여름의 첫날 입하(立夏).

 

얼마나 더울지,

코로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오늘은 또 어린이날(兒童節),

여름의 첫날을 손자와 함께 열었다.

 

철든 어린이들은

이 날이 자기들 날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무쪼록 그들의 머릿속에

꿈과 사랑을 듬뿍 실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 아닌가.

 

오랜만에 내 식구들이 다 모였다.

내 식구라 해야 이제 겨우 7,

 

내가 남매를 키웠는데,

 

딸아이가 얼마 전에 둘째를 낳았고

아들은 아직 미혼이니

사위까지 모두 7명이다.

 

즐거운 식사가 끝난 후

잠시 큰 손자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맘껏 안아 주었다.

 

팔베개를 하고

오늘은 달()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 알아서 좀 싱거운 눈치도 있었지만

선물을 받아서 그런지

성의껏 귀엽게 들어 준다.

 

태양계가 생긴 것은 137억년 전

저 달도 나이라면 참

지긋지긋이 먹은 셈이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다가 

현생(現生) 인류가 생긴 것은

겨우(?) 5만년 전이라니

 

그 오랜 동안을 혼자서

얼마나 지루하게 뜨고 진 것인가

 

어쩌다 한가하게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릴 때 보던 토끼 방아찧는 모습이

그대로 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손자는

음력과 양력의 설명은 잘 듣더니

옥토끼 방아찧는 이야기는 안 믿는 눈치다.

 

이미 사람들이 60년전에

발자국을 찍은 달이니까

 

손자가 내 나이가 되면

주말 여행을 달로 갔다올 수도 있겠지

 

그때, 늙은 손자는

지금 나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잠꼬대 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옥토끼가 방아찧는 이야기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꿈을 심어주는 이야기로

영원히 남지 않을까,

 

5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與孫子                     여손자                     

 

玉鉤艶麗非眞貌    옥구염려비진모   

漸至望宵暗魄呈    점지망소암백정   

桂樹蟾棲滿月    계수섬여서만월   

從容傾耳兎舂聲    종용경이토용성   

 

 손자에게

 

초생달은 참으로 예쁘지만 진짜 모습이 아니란다

조금씩 보름에 가까워질수록 검던 부분이 나타나

둥그런 보름달 되면 계수나무도 두꺼비도 보이고

가만히 귀 기울여 봐 옥토끼 방아찧는 소리 들리나

                                                       (2021. 5. 5.)

 

* 玉鉤옥구옥으로 만든 갈고리, 초생달을 말함,  

  艶麗염려아름답고 고움,  貌모습 모漸점점 점,

  至이를 지, 도달하다.  望宵망소보름날 밤, 望보름 망, 宵밤 소,

  暗魄암백어두워서 안 보이던 부분,  

  魄백달의 동그란 윤곽중에서 안 보이는 부분.

  呈나타날 정,  桂樹계수계수나무,

  蟾蜍섬여...두꺼비 , 蟾두꺼비 섬, 蜍두꺼비 여, 棲살 서,  

  從容종용조용히, 가만히.  傾耳경이귀를 기울이다.

  兎舂聲토용성토끼가 방아찧는 소리,  舂방아찧을 용,  聲소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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