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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의 맛과 멋

맹춘 (孟春)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사랑하는

고교 동창들 모임방에

 

오늘 아침 제주도의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정원의 흰 매화가 이제 막 벙글고 있네.

 

길었던 겨울의 칩거(蟄居)끝에

내 마음 속에도 무언가 희망 같은 것이

피어나는 듯한 느낌.

 

이런 것들이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이

빨리 눈에 들어 오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이야기인가.

 

,, 대학까지 동창인 J박사는

어느새 제주에 둥지를 틀었는지

 

정원 가득, 실내에는 물론

집 옥상에까지 꽃과 나무가 가득하다.

 

수선화는 활짝 피어

살짝 수그린 꽃송이가 셀 수도 없이

그의 정원 곳곳을 장식하고 있고.

 

은행나무, 인동초, 서어나무도

봄맞이 가지치기를 했다 하고

 

특히 늘 그는 어린 소나무를

장독에 심고서 수형(樹形)잡기를 하느라

 

이 봄도 한가한 날이 없을 텐데도

나는 왜 그의 모습이 한가하게만 느껴질까.

 

매연으로 덮힌 서울에서

그가 올리는 꽃과 나무 사진만 봐도

눈이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앞으로 여러 해가 지나면

그의 집은 온통 멋지게 자란

반송(盤松)으로 둘러 쌓이게 되겠지

 

마치 내 집처럼 그런 날이 기다려진다.

 

        孟春                       맹춘

 

南島耽羅秦士宅     남도탐라진사댁

庭梅綻白水仙開     정매탄백수선개

盤松枝細海風動     반송지세해풍동

唱和鵲知春已回     창화작지춘이회

 

남쪽나라 섬 제주도의 진 선비 댁에

흰 매화 송이 터지고 수선화도 피었네

반송 가지들은 해풍에 살짝 흔들려도

지저귀는 까치들 봄이 벌써 왔음을 아네

                                      (2023. 2. 12)

 

*  孟春맹춘초봄, 음력 1.

   綻白탄백...흰 꽃망울을 터뜨리다, 綻터질 탄,

  盤松반송...낮게 구불구불 서리어 자라는 소나무.

         인공으로 손질하여 키우는 소나무.

  唱和창화...시나 노래를 서로 주고 받음.

  已이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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